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반발하는 만큼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북핵 협상 대표단이 동시에 한국을 방문했다. 한미연합훈련 기간 내 한반도 안정 관리를 위해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방문이 “한반도 안전 관리 차원”이라며 “대북 유화 메시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성 김 대북특별대표와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의 북핵 수석대표가 지난 21일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성김 대표는 오는 23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한미 연합훈련 시행과 북한의 훈련 비난 등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24일에는 한러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진행된다. 아울러 미국과 러시아 북핵수석대표도 따로 만난다. 성김 대표는 전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방한 기간 내 모르굴로프 차관과 만날 예정이라며 “그래서 매우 생산적인 방문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미국과 러시아의 방한 목적이 “한반도 안전 관리 차원”이라고 관측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미국과 러시아의 공통 관심사는 한반도 안정 관리”라며 “미국은 중간 선거를 앞두고 북한 문제가 갈등 국면으로 번져 악재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에 밀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북한이 아직 2단계 행동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러 북핵수석대표가 만나 북한에 심리적 영향을 끼치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모처럼 한국·미국·러시아 북핵수석대표가 모였지만 북한과의 대화 돌파구를 마련할 유화 메시지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 국민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탈레반과 동일한 인권 탄압 독재자로 보기 때문에 아프간 미군 철수로 수세에 몰린 바이든 행정부가 이 시점에서 대북 유화 메시지를 내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미국과 러시아 정부의 한반도 안정 관련 기존 입장을 반복하는 메시가 나올 수 있지만 국면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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