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과 최양업 신부는 1821년생 동갑내기 친구이자 6촌 지간이다. 둘은 1836년 프랑스 출신 모방 신부에 의해 한국 최초의 신학생으로 나란히 선발돼 중국으로 건너가 사제가 됐다. 하지만 박해시절 각각 고국으로 돌아온 두 신부는 사목활동을 하다 순교할 때까지 다시 만나지 못했다.
올해는 김대건과 최양업 신부의 탄생 200주년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를 기념해 오는 9월3일부터 16일까지 명동 갤러리1898에서 특별 전시 ‘영혼의 벗, 김대건 최양업을 만나다’를 연다. 한국 교회의 기둥인 김대건, 최양업 신부를 200년 만에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행사다.
전시는 두 사제의 삶과 영성을 묵상하고 표현한 작품으로 기획됐다. 전시에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등 22명이 작가로 참여해 회화, 조각, 공예, 이콘, 스테인드글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성(聖)미술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사제의 만남을 생각하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평가다.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가톨릭대학교 전례박물관이 소장 중인 고(故) 장발 화백의 초상화 '김대건 신부'다. 장 화백이 1920년 그린 현존하는 국내 최초의 성화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된다. 그 옆으로는 충북 제천 배론성지에 보관돼 있던 김형주 작품 '최양업 신부 초상'이 함께 내걸린다.
나머지 작품들은 모두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됐다. 작가들은 김대건·최양업 두 사제를 한 작품, 많게는 세 작품에 담아냈다. 조각가 조숙의의 ‘사랑의 찬가’, 이콘연구소장 장긍선 신부의 ‘김대건과 최양업’, 주동현 작가의 금속공예 ‘루카 9:23’처럼 두 사제를 한 작품에 녹여내기도 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이번 전시가 우리 모두에게 한국 교회 두 신부님의 신앙과 삶을 되새기고, 현재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도한다”며 “두 사제의 만남은 물론이고 200년을 뛰어넘어 현 시대에 사는 우리와 두 사제와의 만남에도 초점을 맞춰 감상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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