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월부터 별도 승인 없이 모든 지방자치단체를 ‘대북지원사업자’로 일괄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앞으로 대통령이나 통일부 장관이 바뀌는 것과 상관 없이 지자체장이 누구인가에 따라 지역별 대북사업 규모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3일 이 같은 내용의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및 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를 대북지원사업자로 일괄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남북협력기금 지원 대상에도 지자체를 명시했다.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사업 가운데 지자체 보조금이 재원으로 포함된 사업의 경우 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에 통일부 장관이 반출결과 보고를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됐다.
현재는 지자체가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정부 신청·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자체는 사업자 승인 없이 개별 반출 사업에 대해서만 정부 승인을 받으면 된다. 부정행위나 법 위반 등 정부 방침에 반하는 행동를 해 통일부 장관이 따로 지정 해제를 하지 않는 한 사업자 지위는 유지된다.
통일부는 내달 13일까지 해당 개정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받은 뒤 9월 안에 이를 바로 시행할 계획이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지자체가 대북지원사업자를 일일이 신청받고 다시 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규정을 개정하면 반출 신청 절차만 밟으면 된다”며 “행정예고 기간이 끝난 뒤 법제처, 관계 부처 검토를 거쳐 9월에 바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6월15일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 기념 포럼에서 “243개 지자체가 별도 신청 절차 없이 모두 대북 지원사업자가 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며 “필요한 경우 남북협력기금으로 해당 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 4월21일 열린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 정책협의회’에서는 지자체 추진 사업에 대한 사전 승인제(선(先) 사업 추진, 후(後) 북한과 합의) 도입, 남북협력기금 지자체 별도 항목 신설 등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당시 이 장관은 “다가올 교류협력의 미래에는 주민과 직접 맞닿은 지자체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며 “지자체가 교류협력을 적극적이고 활발히 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최근 유엔 대북제재 면제를 신청하는 절차를 상세하게 소개한 매뉴얼을 여러 지자체에 배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 5일 경기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 5월31일 ‘경기도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위한 대북 제재 면제 실무 매뉴얼’을 산하 30여 시·군에 발송하고 29곳의 다른 시·군·구에도 보냈다. 지난 5월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권 인사들이 발족한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 소속 지자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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