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4일 국정원 불법사찰 관련 자체 감찰 결과 18대 국회의원에 대해 직무 범위를 벗어나 작성한 보고서 168건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오후 정보위 전체회의를 마치고 “국정원 직무 감찰 TF 조사 결과 국정원 메인서버에서 18대 국회의원들에 대해 직무 범위를 일탈해 작성한 보고서 168건이 발견됐다”고 보고 내용을 설명했다. 해당 보고서들은 일명 ‘멍텅구리 PC’라고 불리는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폐쇄형 컴퓨터가 아닌 국정원 메인 서버에서 발견됐다.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168건 중 90건은 개인 신상·의정활동 분석·특이 언동·상임위 활동 등을 담은 의원들의 활동 동향이었다. 또 금품 수수 의혹·가족 특혜 채용 등 불법 비위에 관한 문건이 57건, 비리 의혹 내사 상황과 수사 사건 처리 계획을 담은 문건이 12건, 언론사 취재 동향과 기업 내부 동향을 담은 기타 문건이 9건이었다. 특히 전체 보고서 중 12건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해 요청한 자료에 대해 국정원이 확인해 보고한 내용이다.
김 의원은 “당시 대통령에까지 보고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국정원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이 168건”이라며 “논리적으로 유추해볼 때 국정원장이나 부서장에게 보고한 내용들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조사 시기를 18대 국회에 한정한 것을 두고는 여야 모두 비판적 입장을 냈다. 하 의원은 “국정원은 정보위 의결로 요청 받았다고 하지만 정보위는 18대 국회로 한정하라고 의결한 적 없었다”며 “이는 국정원의 신종 정치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원에 대한 불법 사찰이 있었다면 전수조사를 해서 결과를 내야지 이명박 정권에 한정해 가져왔다”며 “이는 보수 정당에 대한 공격이라는 맥락이 깔려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의원은 “MB정권 때 (사찰) 지시가 내려진 이후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을 때까지 그런 업무를 시행하지 않았겠냐고 국정원장에게 질문하자 원장과 기조실장이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은 ‘거꾸로 왜 19대 국회는 조사하지 않았느냐’, ‘그 시기를 조사하지 않은 것은 너무 축소해서 조사한 게 아니냐’는 이의를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고서 내용 열람과 관련해 여당은 “열람 해봐야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개인 정보가 있어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는 등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국정원이 공개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아닌지 등에 대해 법률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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