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영변 핵 시설 재가동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미국이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미국은 또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관계없이 북핵 문제를 선결 과제로 다루고 있다는 입장도 간접적으로 전달했다. 이런 가운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 간 상시적인 연락 채널을 재개하고 다시는 끊어지지 않도록 안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8월 31일(현지 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문을 열어두고 있고 분명히 우리 채널을 통해 (북한에) 접촉했다”며 “어떠한 전제 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는 제안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북한의 영변 핵 시설이 재가동된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혔지만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방식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미국과 대북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방미 중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역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 특파원 간담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진전을 이루기 위해 창의적이며 유연하고 열린 자세를 확고히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29일 미국으로 출국한 노 본부장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등을 두루 만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 방안 등을 협의한 바 있다.
노 본부장은 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상황과 관계없이 대북 문제를 엄중히 다루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선결 과제로 다뤄나가고자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미는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북 인도적 분야를 협의하는 등 북한에 관여할 다양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감염병 방역 등 보건 분야, 식수 등 식량문제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 장관은 남북 연락 채널이 하루빨리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남북대화 50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코로나19를 포함한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북대화가 가능하도록 영상 회담, 안심 대면 회담 등 남북 간 대화 시스템을 완비해나가겠다”며 “우리는 필요한 모든 준비가 돼 있는 만큼 북측이 호응해온다면 언제라도 어떤 곳에서든 어떤 주제를 가지고도 회담 개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10일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통신 연락을 끊은 뒤 현재까지 남북 정기 통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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