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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마저 조목조목 따졌다…"언론법, 대선 앞두고 언론 자유 위협"

[유엔 지적 언론법 4가지 문제점]

① 당국에 과도한 재량권 부여...자의적인 법 집행 가능성

② 허위·조작보도 규정 모호해 자체 검열 초래 우려

③ 고의·중과실 추정 입증책임 언론에 떠넘긴 것도 문제

④ 취재원 누설 강요...대선 앞둔 상황서 불안감 더 커져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지난 2014년 6월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회의에서 당시 국제개발법기구 사무총장 자격으로 발언하는 모습./연합뉴스




국내 인권 단체가 진정을 제기한 지 사흘 만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것은 국제사회도 그만큼 이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OHCHR 홈페이지에 공개된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언론중재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비록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이지만 관련 내용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되는 만큼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될 수 있다. 한국 정부로서는 상당히 아픈 대목이고 국회 역시 법안 통과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국내 인권단체의 진정을 접수한 뒤 사흘 만에 우리 정부에 회신을 보내고 서신 내용도 일주일이 안 돼 공개했다. 서신 공개는 통상 60일가량 걸리는데 수일 만에 공개한 것은 해외 정부와 인권기구에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서한에서 언론중재법의 문제점을 일일이 나열하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되물었다. 정부는 인권과 관련한 국제규약에 가입한 만큼 국제사회의 보편적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야당은 ‘국제 망신’이라는 비판을 제기했고, 청와대는 아직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서한을 살펴보면 언론중재법 수정안이 4가지 측면에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등 보편적 인권에 위반될 수 있다고 평가됐다. 해당 조항은 각국 정부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존중·보호할 의무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①당국에 과도한 재량 부여…법의 임의적 시행 가능=칸 보고관은 한국이 가입한 ICCPR 19조가 정부에 의사·표현의 자유를 존중·보호할 의무를 부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각국 정부가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경우도 명확히 규정해 놓았다.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국가 안보 또는 공공질서 또는 공중 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이다. 그는 “(언론중재법 수정안이) 이들 조항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것 같다”며 “당국에 과도한 재량을 부여해 임의적인 시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②손해배상 허용 모호…대선 앞두고 고조될 수도=고의·중과실 추정 조항과 관련해선 “매우 모호한 표현”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 필수적인 광범위한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위 조작’ ‘보복적 보도’ 등 자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뉴스 보도, 정부·정치 지도자·공인 비판, 인기 없는 소수 의견 등 민주주의 사회에 필수적인 광범위한 표현을 제한할 수 있다”며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보 접근과 사상의 자유로운 흐름이 특히 중요한 시기에 이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③징벌적 손배 과도 …균형에 맞지 않아=5배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도 칸 보고관은 “너무 균형에 맞지 않는다”며 “과도한 손해배상이 언론의 자체 검열을 초래하고 공중 이익이 걸린 사안의 중요한 토론을 억누를 수 있음을 진지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④취재원 누설은 언론 자유 위협=칸 보고관은 “언론인들이 유죄 추정(고의·중과실)을 반박하기 위해 취재원을 누설하도록 강요받을 수 있고, 이는 언론 자유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야당과 언론협회, 시민 단체에서 지속해서 문제 제기했던 부분과 정확히 일치한다.

보고관은 정부가 이 같은 우려를 국회의원과 공유할 것을 촉구했다. 또 언론중재법 수정안이 국제인권법에 어떻게 부합할 수 있을지 답변을 요청했다.

야당은 이와 관련해 언론중재법 폐기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오죽하면 유엔이 문제점을 지적하겠느냐”며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수정안을 철회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신중하게 답신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 시간이 이달 27일까지 연장됐다. 국회의 시간이고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유엔 서한에는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결과에 따라서 해당 부처와 협의해 답변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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