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3일 나올 8월 고용보고서를 앞두고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이제 시장의 관심은 3일 고용보고서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으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일자리 증가수치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테이퍼링 공식발표 시점을 당기느냐 마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8월 고용보고서 전망과 연준의 정책 실수 가능성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의 생각을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수년 래 가장 중요한 고용 보고서”…“약세 땐 테이퍼링 발표 11월 가능성”
‘3분 월스트리트’에서 여러 번 전해드렸듯 8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 전망치는 72만 명 수준입니다. 가장 낮은 쪽은 30만 명, 최대치는 100만 명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데요.
어제 CNBC에서는 하방리스크를 거론하면서 50~60만 명이 될 수 있다고 했죠. 역시나 델타변이가 위험 요소입니다.
중요한 것은 테이퍼링과 관련해 8월 고용보고서가 1차 분기점이라는 점인데요. 리 페리지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의 북미 거시전략 헤드는 “만약 50만 명처럼 예상을 밑도는 수치가 나올 경우 9월 테이퍼링 발표는 배제될 것”이라며 “시장은 9월 아니면 11월 발표로 양분돼 있는데 고용수치가 약하다면 11월로 미뤄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가장 낮은 수치인 30만을 제시한 윌밍턴 트러스트는 일일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한 것이라는데요. 루크 틸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델타변이 확산이 지출둔화와 많은 연관이 있다”며 “식당에서의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항공사와 레저 지출은 7월부터 줄었다”고 했는데요.
실제 이날 모건스탠리는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기존의 6.5%에서 2.9%로 크게 깎았습니다. 이번 주 들어 골드만삭스도 8월 고용 추정치를 60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내려 잡았습니다.
반면 90~100만 개가량의 고용을 점치는 이들은 개학 시즌이라는 점과 추가 실업수당 지급중단, 채용난 등의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스티븐 스탠리 암허스트 피어폰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년 래 가장 중요한 고용보고서 중 하나”라며 “강한 수치가 나올 경우 연준의 9월 테이퍼링 발표를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고용 강세, 경제 좋다는 증거지만 너무 늘면 증시에 부담…이상한 세계에 있어”
고용이 강하다는 것은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기업들의 실적이 좋고 앞으로 소비도 늘어난다는 뜻이죠.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고용과 그에 따른 가계지출 확대가 갖는 의미가 큽니다. 증시에도 호재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반대입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용이 너무 강하면 되레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탓인데요. CNBC는 “강한 고용 보고서는 금요일 아침 주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리 페리지 북미 거시전략 헤드 역시 “고용이 강하면 투자자들이 9월 테이퍼링 발표 가능성을 생각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커진다”며 “우리는 나쁜 소식이 희소식인 이상한 세계에 있다. 연준이 더 매파적일 수 있다는 소식은 증시에 좋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어느 정도가 매우 강한 수치냐는 건 딱 정해진 건 없습니다만 시장 예상치(72만 명)나 앞서 80만 명 이상 고용증가가 두 번 나오면 10월에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발언을 참고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어쨌든 큰 틀에서 월가가 연내 테이퍼링 시작 가능성을 이미 예상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테이퍼링 개시보다는 큰 리스크 요인이 아니며 금리인상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도 합니다. 즉 최근의 상황은 테이퍼링을 연내 할 수 있는 건 알지만 빠른 것보다는 늦은 게 좋다는 식입니다. 실제로도 그렇겠지요. 고용증가분이 시장 예상치 수준이면 그 나름대로 예상 범위였다며 투자자들이 안도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입니다. 이날 크레디트 스위스는 “미국 증시 랠리가 새로운 고점으로 계속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주식 수익률 줄어들 것…연준의 인플레 판단 미스 큰 폭의 조정 불러올 수 있다”
월가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파티는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문제는 언제 끝나느냐죠. 당장 끝날 것 같지는 않은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런 상황입니다. 정확한 시점을 점치면 신일 겁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는 지난해 모두가 버블을 얘기하면서 당장 망할 것처럼 얘기할 때도 증시상승을 얘기해온 분입니다. 결과적으로 그가 맞았죠.
그런 그가 이날 약간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지난해 3월 이후 미국 증시가 큰 회복세를 보였지만 앞으로는 주식 수익률이 완만해질 것이라고 한 겁니다.
시겔 교수는 또 상승 때는 계단을 오르는 형태지만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는 월가의 말을 인용했는데요. 그는 “(현재) 계단을 오르고 있다. 동력이 될 만한 실질적인 뉴스가 없는데도 매일 조금씩 상승한다”며 “이것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엘리베이터가 언제 올지 모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걱정거리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연준이 계속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연준이 판단 미스를 한 거라면 어떻게 될까?”라는 얘기죠. 이 경우 연준은 급격하게 금리인상에 나서게 되고 이는 증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자주 소개드리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인플레가 지속적이며 연준의 예상보다 클 것이라면서 아예 연준이 정책실기를 했다고 봅니다. 에리언 고문은 델타변이가 공급망에 영향을 줘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감염 우려에 수요는 감소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미국 경제 전문가인 손성원 SS이코노믹스 대표 겸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도 예상 밖의 인플레는 더 큰 폭의 금리인상을 가져오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증시에서 지난해와 올 상반기 같은 큰 폭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고, 인플레가 가장 큰 리스크 요소 가운데 하나라는 말입니다. 계속해서 모니터링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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