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필기시험 성적을 중심으로 법관을 선발한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6일 법원행정처는 현행 법관선발 절차의 첫 단계인 법률서면 작성평가와 관련해 “최소한의 능력을 검증하는 오픈북, 합격/불합격 시험의 통과율은 70∼80%에 달한다”며 “이에 더해 필기시험 성적은 이후에 진행되는 판사 임용 절차에 반영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판사직 지원 최소 법조 경력을 5년으로 유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 때문에 법원행정처는 내년부터 신임 판사 임용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우리나라만 법조일원화 제도를 채택한 국가 중 유일하게 필기시험을 본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영국은 하급심 법관 등 선발 과정에서 2∼3배수 후보군을 추출하기 위해 서류 심사나 필기시험이 시행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현행법관 임용 최소 경력이 5년이어서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의 독식 현상이 심해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부분 절차가 ‘블라인드 방식’으로 이뤄져 특정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에게 유리한 취급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과거 몸담았던 법무법인에 유리하게 재판할 수 있다는 일명 ‘후관예우’ 우려에는 “오히려 법조경력이 길어질수록 이전에 근무했던 법무법인 등의 동료 변호사나 지인의 범위와 폭이 훨씬 커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 한 판사는 “5년으로 낮추는 방안은 선발을 위한 최소 경력에 대한 이야기지 법조 경력 10년차를 배제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특정 로펌 출신이 늘어나면 법원 입장에서는 사건배당에 어려움을 겪어 반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개정안 부결을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규 판사 선발을 필기시험 성적 중심으로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국회, 시민단체 등이 주도하는 법관선발위원회를 만들어 시민이 원하는 판사가 임용될 수 있게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김용희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자신의 SNS와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 그럴싸해 보일 수 있지만 참 무서운 발상”이라며 “정치적 다수파가 사법부 판사를 뽑고 판사 교육도 담당하는 것을 ‘민주 개혁’의 이름으로 추진했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역사의 교훈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