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통일부가 다음달 자동차 가상현실(VR) 콘텐츠로 북한 명소를 여행할 수 있는 시설을 도입한다. 국제 제재, 코로나19 등으로 남북 교류가 꽉 막힌 상태에서 북한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도 제공하겠다는 의지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무관심한 젊은층을 겨냥해 통일 의식을 고취시키려는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8일 통일부에 따르면 이 부처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남북통합문화센터 6층에 10월22일까지 ‘통일시대 자동차 VR’ 콘텐츠와 시설을 짓기로 했다. 총 사업비는 8,400만원이다. 현재 사업자를 선정하는 단계에 있다.
‘통일시대 자동차 VR’은 남북통합문화센터 방문객들이 북한의 평양, 금강산, 개성 등 주요 관광지구를 마치 자동차를 타고 여행하듯 체험하는 시설이다. 자동차 모형에 탑승해 VR로 북한을 5분가량 가상 체험하는 방식이다. 전문가 고증을 거친 북한 지역 정보를 객관적으로 반영해 남북통일 상황을 미리 실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사업의 핵심 목적이다. 젊은층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 첨단 콘텐츠와 멀티플레이 기능 도입도 구상하고 있다.
VR 시설이 들어서는 남북통합문화센터는 탈북민과 일반 주민 간 소통을 촉진하기 위해 238억원을 들여 건립한 공간이다. 지난해 5월 개관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자동차 시설물을 타고 개성의 선죽교 등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라며 “북한을 직접 못가는 상황이다 보니 젊은이들에게 간접경험이라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의 이번 사업은 남북통일의 당위성과 현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필요성을 젊은이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남북관계는 현재 통신연락선 재단절과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소식으로 다시 한 번 위기에 몰린 상태다.
그간 북한 지역 관광 재개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에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화상으로 열린 제6차 동방경제포럼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남북 이산가족 등을 대상으로 금강산 방문을 추진해 관광 재개의 여건을 만들 것”이라며 “한반도 동해지역에 관광특구를 조성하는 데까지 남북협력을 심화해 나가면서 이를 남·북·러 관광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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