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 8월 전년 동월 대비 8.3% 증가하며 전달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 최근 월가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의 영향으로 미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지는 것이어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8월 PPI는 1년 같은 달보다 8.3% 올랐다. 월가 예상치인 8.2%를 소폭 웃돌았다.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7.8% 상승해 2010년 11월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지 한 달 만에 최고점을 다시 경신한 것이다. 전월(7월) 대비로는 0.7% 올라 역시 예상치(0.6%)를 넘어섰다. 미 CNBC방송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경색된 점도 공급이 축소되면서 지표를 밀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우려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5.4% 오르며 1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다. 또 중국의 8월 PPI가 1년 전보다 9.5% 상승해 최근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가 최근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전보다 0.3%포인트 낮은 5.7%로 전망하는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잇따라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추세다. 또 6월과 7월 각각 100만 명에 가까웠던 미국의 신규 고용이 8월 23만 5,000명으로 급감하는 등 고용 회복 속도도 더디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조짐으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착수가 늦춰질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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