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 반 이상 진행돼온 코로나19 팬데믹이 경제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중 사람들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가 잠재성장률이다. GDP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물가상승 등의 부정적인 영향 없이 달성할 수 있는 GDP의 최대 성장률, 즉 우리 경제의 성장 퍼텐셜을 의미한다. 최근 한국은행은 코로나 팬데믹을 고려해 다시 추정한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21~2022년 평균 2%이고,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은 2년 전 발표한 기존 추정치(2.5~2.6%)보다 0.3~0.4%포인트 낮아진 2.2%라고 발표했다. 10여 년 전 3%대이던 잠재성장률이 이젠 2%대로 떨어진 것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코로나 충격이 더 이상 수요 중심의 일시적인 충격이 아니라 공급 측면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뜻한다. 코로나로 자영업자가 주로 종사하는 대면 서비스업이나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라 공급 체인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주요 원인인 듯 보인다.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할수록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너무 빨리 떨어지는 성장률, 특히 잠재성장률 하락은 경제에 여러 부작용을 가져온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이는 노동시장, 특히 청년 취업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줄어드는 경제활동은 각종 세금 수입을 줄여 정부 재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과거 고도성장 시대에 맞춰 계획해온 여러 복지·분배 정책들을 어렵게 만든다. 국민연금이나 각종 사회보험은 수입에 비해 너무 빠른 지출 증가 속도로 인해 국민 부담액을 획기적으로 늘리거나 보장 범위를 줄이지 않는 한 유지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연말 정도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수요 부문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코로나19 이전부터 계속 떨어져왔다는 점이다. 낮은 출산율과 인구의 고령화, 기업 경쟁력의 둔화,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의 느린 전환 등이 원인이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없으면 코로나 팬데믹이 완화되더라도 잠재성장률은 다시 올라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떻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잠재성장률은 노동 투입의 증가, 자본 투입의 증가, 생산성 향상 이 세 가지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노동 투입은 출산율을 단기간에 높이기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이민 문호를 획기적으로 개방하지 않는 이상 늘리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은 자본 투입, 즉 기업의 투자 증가나 생산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러한 성장률 향상 쪽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오히려 성장률을 해칠 수 있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업 활동을 옥죌 수 있는, 소위 ‘기업규제3법’이라 불리는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다. 또 같이 통과된 노동관계 3법 개정안에는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기업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조항들도 있다. 운동장 자체가 기업에 불리하고 노조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버렸다. 기업가들이 더 이상 기업 할 마음이 들지 않게 만들어졌다.
이제 대선 정국이다. 각 당에서 여러 후보자들이 경제·사회 여러 분야에 있어 다양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장기적으로 좌지우지할 경제성장, 산업구조 혁신, 투자 진흥 등에 대해서는 기발한 공약이 많지 않은 듯하다. 해외로만 나가는 기업의 투자를 유턴 시킬 방법은 무엇인지, 기업의 투자에 악영향을 끼치는 각종 불확실성과 규제 정책들은 어떻게 줄일 것인지, 사그라져만 가는 기업가 정신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청년 창업을 어떻게 늘릴 것인지, 좋은 해외 기업들을 어떻게 유치할 것인지. 이에 대한 대책들을 공약으로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공약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면 앞으로는 기업 활동에 관해 아무 정책도 내지 않겠다는 무정책 공약이 정부와 정치권에 치여 온 기업가들에게는 오히려 제일 좋은 공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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