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주가가 11년만에 19% 폭락했다.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헝다그룹의 주가가 2.06 홍콩 달러로 나타났다. 201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계열사 주식가격도 급락세다. 헝다 프로퍼티 서비시스 그룹은 12%, 헝다뉴에너지자동차는 8%, 항등네트워크는 14% 떨어졌다.
헝다그룹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파산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으나 "회사가 전례 없는 어려움에 봉착했다"면서 자금난을 시인했다.
1997년 설립된 헝다그룹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큰 부동산 개발업체로, 작년 말 기준 1조9,500억 위안(약 355조원) 이상의 부채에 짓눌려 파산할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차입에 의존해 부동산 사업을 벌여온 헝다는 중국 정부가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 관련 대출 회수에 나서자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다.
현재 헝다그룹의 부채는 총 3,000억 달러(약 351조 원)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에 해당한다. 헝다그룹이 파산할 경우 150만명으로 추산되는 아파트 선분양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되고, 중국 경제의 한 축인 부동산 시장도 위축될 전망이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4% 하락해 지난해 10월 이래 처음으로 2만4,000선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미국 월가 자산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중국 헝다 그룹이 파산할 경우 부동산 시장을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제니 정 아시아 부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헝다가 채무불이행 직전에 있는 만큼 중국의 일부 부동산 회사들은 높은 수준의 고통이 전가돼 붕괴될 위험에 처해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해외 달러 시장에서 상당히 많은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며 “재융자 채널이 장기간 폐쇄된 상태로 유지된다면 이 회사들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신용평가 기관들은 유동성 경색을 이유로 헝다의 투자등급을 거듭 하향 조정했다. 최근 헝다 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강등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헝다가 파산하면 대규모 채권을 보유한 중국 건설사와 중소형 은행의 연쇄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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