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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최대 20% 연체이자·위약벌금까지…"소송에 재창업 꿈도 못꿔"

■ 연대보증에 신음하는 청년창업가

기보 회수금액 중 보증인이 대신 갚은 비중 40% 넘어

과도한 상환요구에 줄도산…재창업 도전 사실상 불가능

"지분 적은 임원은 이해관계인 제외, 연체이자 상한 둬야"





한의학 정보 서비스 관련 회사에 경영진으로 참여했던 전 모(37) 씨는 최근 한 금융 공기업으로부터 연체 대출금 정리 독촉장을 받았다. 전 씨가 투자 계약서에 이해관계인으로 함께 지정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더욱이 계약서에는 ‘이해관계인은 본 계약상 회사의 모든 의무를 회사와 연대해 이행해야 하며 회사가 법적 제약으로 인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그러하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사실상의 연대보증이다. 특히 전 씨는 지난 2019년 8월에 투자를 받았는데 이때는 문재인 정부가 공공 기관 연대보증 폐지를 도입한 지 1년이 지난 후였다. 무늬만 폐지였을 뿐 현장에서는 우회적인 연대보증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전 씨처럼 청년 창업가들이 연대보증과 고리(高利)의 연체이자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창업에 한번 발을 들였다가 실패라도 하면 취업 등 사회에 진출하거나 재창업에 도전하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깝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창업했다가 사업을 접은 A 씨는 “창업가를 옥죄는 칼날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도 연대보증 폐지 등을 실적으로 치장해 발표하는 것을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보증 폐지?…청년 창업가는 여전히 신음=정부 발표대로 연대보증은 폐지됐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많다. 우회적인 연대보증도 여전하다.

석 모(36) 씨도 과거에 몸담았던 게임 스타트업의 부도로 발생한 2억 원의 빚을 대표 대신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 탓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석 씨는 이 회사에서 약 13%의 지분을 소유하며 기술이사로 재직했다. 해당 회사는 한국벤처투자의 엔젤매칭펀드를 지원받는 과정에서 계약 규정을 위반했고 이에 한국벤처투자는 위약 벌금과 주식매수청구권을 부과하면서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당시 창업자가 이미 파산 신청을 한 상태라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이해관계인으로 지정된 석 씨가 회사를 대신해 위약 벌금과 연체이자 등을 모두 갚아야 하는 처지다. 석 씨는 “최근 민사재판에서도 회사의 채무를 대신 갚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받으며 승소했지만 한국벤처투자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항소를 결정했다”고 하소연했다.

금융위원회 등은 2018년 이전에 맺은 계약도 초기 창업 기업에 한해 순차적으로 연대보증 계약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지부진하다. 소송 등에 시달리는 기업인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 6월까지 구상금 청구 소송 등으로 회수한 금액 중 연대보증인이 대신 갚은 비중은 신용보증기금의 경우 28%, 기술보증기금은 43%에 달했다.



◇고리의 연체이자…창업가 남은 숨통마저 조여=창업가들의 고통은 우회적인 연대보증에 그치지 않는다. 고리의 연체이자나 과도한 위약 벌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이 또 다른 칼날이다.

전 씨는 “현재 갚아야 할 금액은 원금 3억 원인데 15%의 연체이자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올해부터 발생하는 이자만도 약 5,000만 원에 이르는데 이렇게 큰돈을 무슨 수로 갚느냐”고 하소연했다. 석 씨 역시 “위약 벌금과 주식매수청구권에 연 복리 20%가 적용되면서 한국벤처투자에 갚아야 할 이자만 1억 원을 훌쩍 넘는다”고 토로했다.

1급 뇌성마비에도 재창업에 성공해 한때 정부로부터 최우수 재도전 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임 모 씨 또한 과도한 이자 상환 요구로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한국벤처투자와 투자 계약 위반을 두고 갈등을 벌였던 임 씨는 약 25%의 연체이자율이 적용되면서 위약 벌금 4,000만 원과 함께 7년간 누적된 이자 4,000만 원을 갚으라는 요구를 받았다. 임 씨는 “이자 상환 등의 문제로 수년간 소송에 시달리다 결국 재창업했던 회사마저 문을 닫았고 빚은 연대보증인이었던 누나가 가족 소유의 집을 팔아 갚았다”며 “다만 여러 상황을 고려해 이자는 원래 요구했던 금액에서 절반으로 깎아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창업자들이 과도한 채무 상환 요구로 멀쩡한 회사마저 문을 닫고 재도전 의지 또한 꺾이는 현실부터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개별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조정이 가능한 과도한 연체이자부터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구태언 리걸테크산업협회 회장(변호사)은 “이해관계인 등록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안전핀 역할을 하지만 지분이 미미한 기업 임원까지 포함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10% 중후반대의 이자율은 사채업자와 다름이 없는 만큼 이에 대해 일정 정도의 상한선을 두는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정민 의원은 “폐업으로 어려운 창업자에게 연대보증과 고리의 이자로 이중고를 안기는 것은 ‘비 올 때 우산 빼앗기’와 같다”며 “연대보증 폐지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과도한 이자율을 정비하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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