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충분합니다. 이 나라에 연료 부족 사태는 없으니 안심하세요.” (그랜트 섑스 영국 교통장관)
26일(현지 시간) 섑스 장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영국 버크셔주 브랙넬시의 한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주유소에는 기름을 사려는 일반 차량들이 진을 쳤다. 차량 행렬이 고속도로까지 이어져 교통이 마비되는 곳도 있었다. 일부 주유소는 기름을 확보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석유를 나르는 트럭 운송 기사 부족과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시작된 영국의 ‘기름난’이 소비자들의 ‘패닉바잉(사재기)’으로 이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 이날 로이터 등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서 1,200여 개의 주유소를 운영하는 BP는 “지난 이틀간 조사한 결과 전체 주유소의 30%가 차량용 기름 공급 중단으로 문을 닫았다”며 “이들 지점에 빠르게 공급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사태가 악화하자 비상 조치인 ‘에스칼린 계획(Operation Escalin)’ 하의 군대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모자란 트럭 기사들을 대신해 군대를 운송 작업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크리스마스까지 한시적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3개월짜리 임시 비자 발급에 나섰지만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 매더슨 영국 석유유통협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 기름난은 소비자들의 패닉바잉이 문제가 됐지만 근본 원인을 따지고 보면 정부가 운송 인력 확보를 미적거리며 해결 시기를 놓친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섑스 장관은 “인건비를 낮추려는 운송 업체들이 외국인 기사를 더 유치하기 위해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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