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 퇴직금을 제 때 규정대로 주지 않는다고 근로자가 정부에 제기한 민원(상담) 건수가 연간 15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근로자는 퇴직금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현실 탓에 ‘퇴직금 50억 원 과다 논란’을 접한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29일 서울경제가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에 연도별 상담 내역을 의뢰한 결과 2019년 근로기준과 관련한 상담 건수는 113만3,232건이다. 이 가운데 퇴직금 체불 상담이 대부분인 금품 청산 상담은 18만7,530건으로 전체 상담 가운데 비중은 16.5%다. 작년 전체 상담에서도 금품 청산 상담 건수는 12.6%인 11만2,771건을 기록했다. 두 해 연 평균으로 15만건의 퇴직금 체불 상담이 접수된 셈이다. 올해 1~8월까지도 센터에 6만5,366건이 접수돼 이 추세대로라면 작년치를 넘는다.
이 결과는 단일 기관 집계란 점을 고려하면, 현장의 퇴직금 체불건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퇴직금 체불 피해자가 고용부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고 직접 노무사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퇴직금 체불은 급여 삭감, 연차 소진, 부장 해고, 직장 내 괴롭힘과 손꼽히는 직장 갑질 사례다.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금융업 종사자 A씨는 올해 3월 경영상 이유로 퇴사하면서 회사에 고용보험 상실신고를 요청하자,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퇴직금을 포기하면 고용보험 상실신고를 해주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이다. 확인 결과 이 회사는 고용보험 상실사유를 이미 자발적 퇴사로 허위로 신고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어려워 근로자의 ‘을’의 처지가 더 공고해진 사례란 지적이다.
최근 곽상도 무소속 국회의원의 아들이 6년 간 대리로 일하고 퇴직금, 위로금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청년들과 직장인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현장에서 퇴직금 체불 문제가 심각한 상황과 박탈감이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품청산 상담건수가 매년 15만건에 달하고 있는 점은 많은 노동자들이 피와 땀을 흘려 번 임금과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며 “최근 야당 의원의 자녀가 퇴직금 등으로 50억원을 받은 사실이 국민적 공분을 사는 점도 몇백만원, 몇천만원의 퇴직금 체불로 정부 민원을 제기하는 현실과 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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