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자마자 기절하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 상금 10억원) 개막을 하루 앞둔 29일 경기 여주 페럼 클럽(파72). 이른 아침부터 떨어진 굵은 빗방울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연습 라운드를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를 제패하고 하루 전 귀국한 최경주(51·SK텔레콤)는 피곤함도 잊은 채 오전 8시10분 김민휘(29), 이재경(22), 이성관(31)과 라운드를 시작했다.
김민휘는 최경주와 PGA 투어에서 함께 뛴 인연이 있고, 이재경과 이성관은 최경주재단 꿈나무 출신이다. 이미 코스를 돌아본 김민휘와 이성관은 9홀, 이재경은 13번 홀까지만 돌고 백을 내렸지만 최경주는 ‘나 홀로 라운드’를 강행했다. 15번 홀부터는 김우현(30)이 합류했다. 통상 연습 라운드 때는 선수들도 승용 카트를 이용하지만 최경주는 이날 도보로 18홀을 마쳤다.
PGA 챔피언스 투어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 우승 후 곧장 비행기에 올라 28일 새벽 귀국한 최경주는 방역 수칙에 따라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를 한 뒤 이날부터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시차 적응과 컨디션 조절을 할 새도 없이 빗속 라운드를 강행하는 최경주에 대해 이재경이 “끝나자마자 기절하시는 거 아니에요?”라고 묻자, 최경주는 “그럼! 끝나자마자 기절하지”라며 고개를 뒤로 휙 젖히면서 쓰러지는 포즈를 취해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최경주는 연습 라운드를 마친 뒤 “쫄딱 젖었다”며 “(비가 많이 왔지만) 코스를 모르고 칠 순 없지 않느냐”고 했다. 이 대회는 2019년까지 경남 김해 정산CC에서 열리다 지난해 페럼 클럽으로 장소를 옮겼다. 대회 호스트이자 선수로 출전하는 최경주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2주 자가격리 때문에 불참했고, 올해는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2년 만에 출전했다.
최경주는 2019년 이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오른 바 있다. 2주 연속 이어진 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준우승과 우승’을 거두고 돌아온 최경주가 이번 대회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도 관심사다. 만약 최경주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KPGA 투어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이 된다. 현재 최고령 우승 기록은 2005년 5월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최상호의 50세 4개월이다. 1970년 5월생인 최경주는 만 51세를 이미 넘겼다. 최경주가 KPGA 투어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건 9년 전인 2012년 10월 CJ 인비테이셔널이다.
최경주는 30일 오전 8시10분 2017년 이 대회 우승자 황인춘(47), 2018년 챔피언 박성국(33)과 10번 홀부터 1라운드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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