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상승이 촉발한 에너지 대란이 전 세계를 덮치면서 최악의 전력난에 직면한 중국이 급기야 산업용 전기료 인상 검토에 나섰다. 영국에서는 중견 에너지 업체들이 연달아 파산하면서 이들 업체를 이용하던 170만 가구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2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공장에 공급하는 기본요금을 일괄적으로 올리거나 석탄 가격과 연동하는 요율을 책정해 인상시키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가정용 전기 요금 인상도 검토할 방침이다. 가정용 요금의 인상이 결정되면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 일반 소비자들의 전기 요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전체 31개 성 중 최소 20개 성에서 전력 공급 제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전력 공급 제한 수위가 높아지면 겨울철 난방이 끊겨 최악의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 내 전력난은 연간 약 5,000만 톤에 달하는 호주산 석탄 수입이 호주와의 갈등으로 완전히 중단되면서 심화됐다. 세계적으로 석탄 가격이 상승하면서 발전소들이 전력 생산량을 빠르게 늘리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수요 증가로 석탄 가격이 지난 1년간 3배 올랐고 유럽의 탄소배출권거래제도는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탄소 배출을 ‘극적으로’ 줄이려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력난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영국에서는 최근 급등한 천연가스 가격을 버티지 못해 이글루에너지서플라이·엔스트로가·심비오에너지 등 전력 공급 회사들이 파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들 세 회사는 23만 3,000가구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22일 영국 중견 에너지 회사 아브로에너지와 그린이 파산한 데 이어 이들 세 회사가 파산하면서 영국의 170만 가구 이상이 전력난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경우 에너지 공급 업체 수는 4분의 3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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