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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타투 양성화 해야”…1조 시장 지하시장 만들고 있는 의료법

4명 중 1명꼴로 타투 시술 이용하는데 아직도 '불법'

부작용 있을 수도 있는데…"법적인 위생 기준 없어"

타투 시술 합법화 시도 12년째 국회 문턱 넘지 못해

한국의 타투이스트들을 소개하는 해외 관광 안내 사이트. /사진=더트래블(thetravel.com) 캡쳐




지난 6일 의료법 위반으로 금지돼 암암리에 이루어지던 타투 시술을 양성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가 나왔다. 전 국민 4명 중 1명이 타투 시술을 이용할 정도로 보편화된 만큼 제도권 관리하에 안전하게 시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타투 시술이 음지에서 횡행하는 탓에 위생 관리 등 각종 부작용이 제기돼왔지만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12년째 무산돼왔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타투 시술 이용자는 올해 기준 1,3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명 중 1명은 타투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타투 시술자 수도 문신 5만 명, 반영구화장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타투협회는 타투 시장 규모를 약 1조 2,000억원(반영구 화장 1조원, 영구 문신 2,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미 많이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만 현행 의료법은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들의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위생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문신 시술 후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20.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술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의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위생 안전성은 타투이스트 개인의 위생 관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알레르기 반응, B형 간염, 파상풍 등 잘못 시술받을 경우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용자들은 제대로 된 피해구제를 받기 어렵다.

/국회입법조사처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도 해외의 위생 안전 관리에 초점을 맞춰 타투 양성화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는 ‘안전신체예술법’을 둬 시술 전 이용자들이 건강 설문지를 작성하게 하고 손 세척·위생 보호장비 착용·시술 전후 물품과 기구의 멸균 및 소독 등을 강제하고 있다.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 없이 타투 시술을 받을 수 없고 시술자는 B형 간염과 같은 혈액 매개 감염병 예방 접종과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등 기준이 엄격하다. 미 뉴욕주도 ‘공중보건법’을 통해 시술 시 일회용 바늘과 승인된 잉크만을 사용하도록 하고 위생 법령을 준수하는 업소에 한해 허가증을 내주는 등 시술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안전 관리 기준은커녕 타투이스트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영업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난 2015년에는 고용노동부에서 타투이스트를 유망 직업으로 선정하고 한국표준직업분류 직업코드를 명시한 바 있다. 국세청에서도 2019년 업종분류코드에 ‘문신서비스’를 추가해 행정적으로는 사업자 등록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문신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면 오히려 더 큰 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시술한 증거가 나오면 의료법 위반에 보건범죄 단속에 대한 특별법 위반 혐의가 더해져 최저 2년의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김도윤 민주노총 타투유니온지회장은 “법을 악용해 일부러 타투이스트들을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가입률이 1% 정도에 이르는 타투유니온지회에서만 7~8명이 징역형을 받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타투이스트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에서 김도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진정서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타투 시술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12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무산됐다. 이 때문에 타투 관련 단체들은 하는 수 없이 입법부가 아닌 다른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한문신사중앙회는 지난달 27일 타투이스트들의 시술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4번째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타투유니온지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지난달 13일 “현행법으로 타투이스트들이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김 지회장은 “유엔(UN) 인권매커니즘 절차를 통한 개인 진정과 국제노동기구(ILO) 제소도 함께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타투 관련법이 3개가 발의돼 보건복지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10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문신사법안’, 지난 3월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타투업법안’이다. 김 지회장은 “세계 타투 시장에서 한국 타투이스트들의 몸값이 제일 높고 할리우드 배우 등 유명 인사들이 타투 시술을 받으러 일부러 한국을 찾을 정도로 해외에서는 ‘K타투’의 위상이 높은데 정작 한국에서는 불법 낙인을 받고 있다”면서 “조폭 문화라는 과거 편견이 아직도 남아있어 산업 발전 자체를 가로막고 있는 법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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