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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오세훈 "자치경찰제, 태생적 한계 커"

'자치경찰인가, 경찰자치인가?' 입장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10월 1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1 서울세계도시문화축제 온라인 개막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치경찰제에 대해 “지금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그 태생적인 한계가 너무나 크고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12일 ‘자치경찰인가, 경찰자치인가?’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시·도 경찰청의 조직과 인력을 시·도로 이관하는 이원화 모델을 골자로 한 자치경찰제의 근본적 개선에 조속히 착수해주실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임명권과 경찰 초급 간부에 대한 인사권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없는 문제를 지적했다.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7명 중 시장이 임명 가능한 위원은 단 1명 뿐이고 나머지는 시의회, 교육감, 국가경찰위원회 등 다른 기관에서 임명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엄연히 서울시 행정기구 중 하나인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을 뽑는데, 형식적으로 시장 명의의 임명장만 드릴 뿐 7명의 위원 중 6명은 다른 기관에서 정해주는 분들을 모셔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초급 간부 인사권에 대해서도 “현행 법령 상 시장은 경감과 경위, 즉 경찰 초급 간부에 대한 승진 임용권을 갖지만 실질적으로 승진자를 결정하는 승진심사위원회는 서울시가 아니라 서울경찰청과 각 경찰서에만 둘 수 있다”면서 "자치경찰제 시행 후 경찰의 영역에서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민선시장을 이렇게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 어느 시대 지방자치냐"고 비판했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

<자치경찰인가, 경찰자치인가?>

자치경찰제가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습니다.

자치경찰제의 시행은

가장 중앙집권적이었던 경찰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해서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 지방자치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을 잘 알기에 저는 지난 4월 8일 서울시에 돌아오자마자

자치경찰제 시행을 가장 먼저 챙길 현안으로 삼아

준비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조례와 규칙, 내부지침 등을 만들고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시 직원들과 함께

7월 1일 본격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제도를 알면 알수록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자치경찰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위원은 7명 중 단 1명뿐이고,

시의회가 2명, 교육감이 1명, 국가경찰위원회가 1명,

그리고 구청장협의체, 구의회의장협의체, 법원, 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위원추천위위회에서 2명을 각각 정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엄연히 서울시 행정기구 중 하나인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을 뽑는데,

형식적으로 시장 명의의 임명장만 드릴 뿐

7명의 위원 중 6명은

다른 기관에서 정해주는 분들을 모셔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의회와 교육청도 같이 가야할 지방자치의 한 축이고,

아무래도 제도 시행 초기에는

경찰이나 법원이 관여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좋은 점만 보면서 위원회 구성에 집중했습니다.

다행히 풍부한 학식과 경륜을 갖추신 좋은 분들이

서울시 자치경찰위원으로 와주셔서

보다 나은 치안서비스 제공을 위해 애쓰고 계시고,

지난 100일 간 한강공원 등 치안강화,

집합금지 위반업소 단속과 같은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그 태생적인 한계가 너무나 크고 분명합니다.

지금의 자치경찰제는 애초에 검경수사권 조정의 부록처럼 다뤄져서

작년 연말까지 국회를 통과하는 것이 지상 목표였기 때문에

학계와 지자체에서 누차 지적해온 문제들을 고스란히 안은 채

기형적인 형태로 출발했습니다.

자치경찰제 라고 하나, 경찰관은 모두 국가직 공무원입니다.

시민 생활에 가장 밀착된 지구대, 파출소는

국가경찰부서로 되어있습니다.

이런 자치경찰이 어떻게 지역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까?

어떻게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오겠습니까?

최근 가락시장 코로나19 집단감염 대처 과정에서

경찰력과 시 행정력을 집중 투입해

골든 타임 내에 총력대응을 해야 했지만,

방역 관련 경찰권 행사에 시장은 지휘권이 없어서

건건이 경찰에 협조를 구하느라 시간을 낭비해야 했습니다.

자치경찰 시행 후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시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갔습니까?

사실, 이 말씀까지 드려야할지 고민했지만,

더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는 요즘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에서 올라온 문서에

결재를 할 때마다 자괴감을 느낍니다.

현행 법령 상 시장은 경감과 경위,

즉 경찰 초급 간부에 대한 승진 임용권을 갖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승진자를 결정하는 승진심사위원회는

서울시가 아니라 서울경찰청과 각 경찰서에만 둘 수 있습니다.

경찰 인사는 경찰에서 알아서 할테니

민선 시장인 저는 사인만 하라는 것이지요.

이것이 자치경찰입니까? 아니면 경찰자치입니까?

자치경찰제 시행 후 경찰의 영역에서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민선시장을 이렇게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 어느 시대 지방자치입니까?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부당한 것처럼

권한 없이 책임만 지도록 하는 것 또한 부당합니다.

중앙정부는 학계와 지자체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일단 시행하고 고쳐나가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며

무책임한 반응을 해왔습니다.

병을 조기에 발견하면 악화되기 전에 치료할 수 있듯이

조직과 제도도 문제가 발견되면

고착화되기 전에 빨리 시정해야 합니다.

자치경찰제 시행 100일을 맞아

저는 시·도 경찰청의 조직과 인력을

시·도로 이관하는 이원화 모델을 골자로 한

자치경찰제의 근본적 개선에 조속히 착수해주실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합니다.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며 저와 같은 고민들을 해오셨을

16개 시·도지사님들과 시·도의회 의원님들도

힘을 모아주시리라 믿습니다.

한 단계 성숙한 지방자치, 보다 나은 치안서비스를 위해

항상 고민하고 소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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