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25)이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살인과 절도, 특수주거침입, 정보통신망침해, 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씨에게 12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김 씨가 반성문을 10여 차례 이상 제출했다는 점, 다른 재판과의 양형 형평성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형을 받아 마땅할 정도로 김 씨의 범행이 극악무도하지만 예외적인 형벌인 사형이 충족될 수 있는 조건을 세세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면서 “사형 이외의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 공판 내내 핵심 쟁점이었던 피해자인 큰딸의 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살해가 계획적이었음을 인정했다. 김 씨는 앞선 공판에서 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살인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씨가 가족이 범행을 방해한다면 그들도 살해할 의도를 갖고 자택에 찾아갔다고 진술했다"면서 ”피해자 자택과 퇴근 직전 시간을 범행 장소와 시간으로 정한 것으로 봤을 때 다른 가족들을 마주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이 주장했던 바를 대부분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진행된 결심 공판에서 김 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김 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고 김 씨가 반사회적 성격을 보이는 등을 이유로 극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현행법이 아무리 사형선고 양형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더라도 공익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범죄자의 생명을 빼앗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는 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형 판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예외적인 형벌이라 양형 조건을 세세히 따져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씨가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한 점,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있는 점을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결에 유족들은 즉시 반발했다. 유족들은 1심 공판이 진행되는 내내 사형을 주장해왔다.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부분에서 유족들은 “안 된다” “사형을 해달라” “간곡히 부탁한다”며 절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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