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 교수가 “내 연구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연구가 최저임금 인상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이지만 급여 책정은 경제학자의 영역이 아니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카드 교수는 11일(현지 시간) 노벨상 수상 기념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내 연구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라기보다 임금이 어떻게 책정되는지를 보는 (기존과) 다른 방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992년 최저임금을 올린 뉴저지주와 그렇게 하지 않은 펜실베이니아주를 비교 연구했다. 두 주는 바로 붙어 있어 경제 상황과 노동시장이 비슷하다. 연구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카드 교수는 “고(故) 앨런 크루거 교수와 함께한 최저임금 연구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았고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고용주들의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몇몇 고용주는 우리는 더 많은 수익이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노동자와 고용주는 트레이드 오프(trade off·이해 상충) 관계에 있으며 우리는 트레이드 오프가 무엇인지는 말할 수 있지만 어떤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제학자들이 테이블에 가져오는 간단한 것들과 지식이 전부가 아니라고도 했다. 실제 최저임금 적용은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휘도 임번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본소득이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복권 당첨자와 미당첨자의 비교 연구를 통해 기본소득이 노동력 공급과 근로시간,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따졌다. 50만 달러(약 6억 원)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20년 동안 매년 2만 5,000달러를 받으면 이것이 기본소득과 비슷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번스 교수는 “매사추세츠주에서 복권에 당첨된 500여 명을 조사했다”며 “우리는 분명히 기본소득이 노동력 공급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득이 보장된 사람들에게는 일정 부분 변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기본소득이 그들이 얼마나 많이 일하는지를 그렇게 많이 바꾸지는 못했다”며 “복권 당첨자들(기본소득 수령자)이 미당첨자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고도 했다.
다만 임번스 교수는 기본소득이 클 경우 노동 공급에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그가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본 당첨금 연 2만 5,000달러는 단순 계산 시 약 월 250만 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