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 협상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한국 고위당국자는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이르다면서 열리더라도 이벤트성이나 회담을 위한 회담이 아닌 실효성 있는 내용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측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한 자리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없다는 미국 측의 ‘진정성’을 다시 확인했다. 또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서 협상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미 안보실장은 이번 회동에서 한미가 각급에서 대북 관여를 위한 외교적 노력 등 북한 문제에 대해 쉴 틈 없이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평가하고 구체적인 대북 관여 방안에 대해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미국의 태도가 여전히 적대적이라며 대미 불신을 드러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연설에서 “미국이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비난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한미동맹이 안보, 경제를 포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핵심축(린치핀)이라며 양자관계 발전뿐 아니라 역내 문제, 기후변화, 보건, 신기술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실장은 미국이 동맹 중시 기조 하에 전 세계에 모범이 되는 리더십을 토대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번영,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주요 지역 및 글로벌 현안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굳건한 한미동맹 정신 하에 미국의 주도적 노력에 동참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양측은 한미 관계가 역사상 최상의 수준이라는 데 공감하고 지난 5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미래를 향한 포괄적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켜나가기로 한 이후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반도체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후속 조치가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주요 글로벌 현안, 한반도 문제 등 다양한 의제에 있어서 각급에서 소통과 대화를 이어가는 데 만족을 표하고 향후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 고위당국자는 같은 날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이제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상황에서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며 “정상회담을 결코 이벤트성으로 할 생각은 없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무관하게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또 "정상회담을 한다면 회담 결과로서 실효성 있는 내용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라며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아닌 것이고, 그럴 때(실효성 있는 내용을 만들 때) 정상회담이 논의되고 성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정부 입장에선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남북관계나 한반도, 비핵화 상황을 안정화시켜 다음 정부로 넘겨주느냐가 가장 큰 하나의 목표”라며 “종전선언은 비핵화 과정과 함께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