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렇게 운전하는데 갑자기 웬 단속이야” “배달 시간을 맞춰야 되는데 어떻게 일일이 다 지키면서 가냐고”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삼거리. 이날 경찰의 대대적인 이륜차 교통 단속에 이륜차 운전자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경찰의 갑작스러운 단속에 운전자들의 항의가 잇따랐지만 경찰은 가차 없이 단속증을 끊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서울 마포구 합정역, 동교동삼거리, 농수산물 시장 인근에 특별 교통 단속을 벌인 결과 총 181건을 적발했다. 10분에 15건 꼴로 교통법규 위반 사례가 단속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오후 2~4시 짧은 시간 동안 단속을 진행했음에도 단속 건수가 많았는데 이륜차 운행이 많은 저녁 시간이었으면 더 많은 사례가 적발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의 단속에 이륜차 운전자들은 “다 그렇게 운전하는데 왜 나만 붙잡느냐”, “그렇게 사소한 것까지 걸고넘어지냐”며 항의했다. 배달 운전자 A씨는 “몇 시간 동안 열심히 배달해서 번 돈을 범칙금으로 다 날리게 생겼다”며 경찰과 한창 실랑이를 벌였지만 소용없었다.
경찰의 단속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십 대 최 모씨는 “평소 길거리를 걸을 때나 운전할 때 오토바이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놀랐던 적이 적지 않았다”며 “교통법규를 어기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법규 준수 의식이 많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마포구 주민 김 모씨는 “이륜차가 신호를 어기거나 인도로 주행하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며 “최소한으로 지킬 건 지켜야 하지 않나”고 말했다.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은 최근 이륜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서울에서 일어난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11명) 늘었다. 이중 이륜차 운전자가 단독으로 사고를 내 사망한 경우가 32명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자동차의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등으로 발생한 이륜차 사망자는 27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배달 이륜차 운전자의 사망사고가 많았다. 이륜차 사고 사망자 총 59명 중 34명은 배달 종사자로 과반인 57.6%를 차지했다.
경찰은 이륜차의 안전 불이행과 신호 위반을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서울경찰청은 내달 30일까지 기동대와 교통순찰대 사이카, 암행순찰자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이륜차 교통 위반 특별단속을 주 1~2회 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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