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 시행을 앞두고 결혼과 제사 등 전통적인 관혼상제 의례도 크게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집합금지로 사적 모임이 제한되면서 결혼이나 제사에 직접 참석하는 대신 간소하게 의례를 치러본 경험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문화가 가속화되면서 불필요한 허례허식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19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코로나19 이후 관혼상제 의례에서 언택트 방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올해 1~9월 카카오페이 ‘축의금·부의금 송금 봉투’ 이용률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대비 각각 22%, 79% 급증했다. 2년 동안 119%가량 증가했다. 결혼식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스몰웨딩 등 간소화된 형태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2월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 이 모 씨는 “과거에는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 스몰웨딩을 한다’는 편견이 커서 많이 망설였다”며 “코로나19 이후 인식이 많이 바뀐 만큼 마음 편하게 예식을 치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의 B 스몰웨딩 전문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스몰웨딩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다음 달부터 인원 제한이 완화됨에도 올해 말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밝혔다. 결혼 정보 회사 듀오가 13일 미혼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은 스몰웨딩을 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스몰웨딩을 선호하는 이유로 허례허식 생략(46.3%), 결혼 비용 절약(23.7%) 등을 꼽았다.
명절이나 제삿날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이후 차례와 제사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방식으로 새로운 명절 문화가 자리 잡는 모양새다. 5월 여성가족부가 전국 1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6%가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응답자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동의한 비율이 63.5%나 됐다. 박종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는 “원래부터 제사 문화는 간소화된 형태로 바뀌는 추세였는데 코로나19로 변화가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기존의 관혼상제에 대한 통념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개인주의 문화를 앞당긴 결과라고 설명한다. 박 교수는 “기존의 관혼상제 의례는 산업화 시대 핵가족 문화를 토대로 했는데 비혼과 개인주의로 1인 가구가 늘면서 바뀌는 추세”라며 “혼례의 경우 가문과 가문의 결합에서 개인 간 만남으로 의미가 변해가고 있는 구조적인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의례 형태 변화를 가속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례식의 경우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대면 조문이 한동안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리를 지키는 것이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라는 의식이 여전하다. 최민호 한국장례협회 사무총장은 “지금은 거리 두기로 장례를 간소화하고 부의금으로 빈소 방문을 대신하지만 인원 제한이 완화되면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조문객이 다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