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받으며 산다는 것은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축복이기도 하지만, 그 만큼의 ‘제 몫’을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1인분의 ‘몫’에는 육체적 노동은 물론 그 일을 둘러싼 감정적 노동까지 포함된다.
서울시극단의 연극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이 1인분을 해내기 위해 하루하루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장류진의 동명 단편 소설집을 원작으로, 소설에 실린 8개의 단편 중 6편을 엮어 선보인 작품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했거나 목격했을 ‘리얼함’이 최고의 무기다. 나와는 맞는 게 없는 회사 동료와의 어색한 식사, 탕비실 간식의 업그레이드에 기뻐하는 모습, 외근 중 짬을 내 접선(?)하는 중고 거래 등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내 모습이기에 오히려 색다르게 다가온다. 극적인 반전이나 엄청난 사건은 없다. 하지만 별거 없이 뻔한 우리네 직장 생활에는 수많은 기쁨과 슬픔이 뒤엉켜 있다. 이것이 내 삶의 드라마이기에 여기서 오는 공감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동료의 눈치 보며 회사에서 남몰래 눈물 삼키는 직장인 1, 상사한테 찍혀 월급 대신 카드 포인트를 급여로 받는다는 직장인 2, 그리고 가슴엔 사표, 입속엔 한 바가지 욕을 품었다가도 월급 입금 문자에 ‘오늘은 고기 먹자’를 외치는 직장인 3, 4, 5….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극에 등장하는 캐릭터이기에 별다른 장치 없이도 같이 웃고 분노하고 위로하게 된다.
극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난 뒤 다음 이야기가 등장하는 형태가 아니라 6개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수많은 ‘일의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현실적인 설정이지만, 100분 간 작은 무대에 오롯이 녹여내기엔 다소 버거워 보인다. 에피소드에 따른 소품이나 배경 전환이 빈번하다 보니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공연장 곳곳에는 밥벌이의 고달픔을 어루만져 주는 메시지가 자리하고 있다. 포토존의 사무실 책상 위엔 두툼한 결재 파일 아래 빼꼼 고개를 내민 사직서가 보이고, 소중한 내 몸 챙기자는 비타민 음료도 있다. 하얀 벽면엔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어렸을 때 꿈꾸던 어른의 모습은 아니지만, 도시의 수많은 불빛 중에 하나가 되어 오늘을 살아.’ 10월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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