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서울 나들목 가까이 자리잡은 분당 두산타워는 지하 7층·지상 27층, 연면적 13만 여㎡에 달하는 육중한 건물이다. 건축가는 이 거대한 건축물이 주는 위압감을 줄이기 위해 매스(덩어리)를 4개로 분할했다. 수직으로 솟은 3개의 매스와 그들을 가로로 잇는 상층부의 1개 매스는 서로 독립적인 존재감을 뽐내 건물이 실제 부피보다 작게 보이게 한다.
눈에 띄는 점은 분할된 매스가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서로 맞물리듯 조화돼 하나의 구조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각 매스 외벽에 새겨진 석재 루버(건축물 외벽에 일정 간격으로 배열된 폭이 좁은 판)다. 매스를 불문하고 수직으로, 수평으로 조각된 루버는 각각의 건물 덩어리가 독립적인 건축물이 아닌 하나의 통일된 개체라는 인상을 준다. 또한 수직으로 솟은 3개 매스를 수평으로 놓인 1개 매스가 이어 통일감을 더한다. 이 같은 외관 구성은 수직과 수평 간의 소통을 강조하기도 하고, 일면으로는 계열사 간 협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직사각형 4개가 맞대어진 건물은 ‘ㄷ’자를 수직으로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심사위원들은 두 개의 세로 막대기 사이 비어 있는 공간이 주변 환경을 담아내 기업과 사회의 공존, 소통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기능적으로는 건물 사이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를 만들어 ‘바람길’ 역할을 한다.
분당 두산타워에는 두산 계열사들이 들어오게 된다. 계열사 간 소통과 협력, 그리고 이를 통한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해 건축가는 건물의 상부 4개 층에 거대한 아트리움을 조성했다. 이 공간은 임직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자 필요할 때는 잠시 쉴 수 있는 휴식처다. 또한 건물 곳곳에 녹지 공간을 둬 직사각형 건물이 줄 수 있는 답답함을 줄였다. 어린이집·피트니스센터 등 직원 편의 시설과 리모트오피스 등의 협업 공간 역시 건축물의 용도에 맞춘 의도된 공간이다.
신현보 심사위원은 “네 개의 매스는 각각 명쾌하게 인식되지만, 동시에 이질감 없는 한 덩어리로 얽혀 있다”면서 “두산이라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건축물의 각 덩어리들의 묵직하지만 서로 긴장감 있는 조합을 통해 시각적으로 구현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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