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항공기·미사일의 침투를 막기 위한 우리 군의 장거리레이더들이 노후화로 잦은 고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를 보완할 신형 레이더 도입은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조명희 국민의 힘 의원으로부터 받은 국회의 방위사업청 예산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군의 ‘이동형장거리레이더 국외 구매사업이' 2020년 입찰개시 이래 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 황아람 에산분석관은 해당 사업에 대해 “2020년 10월부터 진행된 입찰이 단독응찰로 유찰되거나 제안서 평가 결과 기준 미충족 등으로 구매업체가 아직 선정되지 못해 계약체결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형장거리레이더 국외구매사업은 저고도 탐지 불가지역 등의 감시 사각문제를 보완하고, 기존 고정형레이더 등이 유사시 적의 공격을 받아 운영중단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추진돼 왔다. 2020년도 정부 예산안에 해당 사업비가 편성됐으나 사업자 선정이 불발됐다. 그해 10월 입찰공고가 실시됐음에도 응찰한 업체가 한 곳도 없었던 것이다. 이어서 그해 12월 입찰을 재공고했으나 이 역시 유찰됐다. 재공고 당시 비(非)미국계 방산업체 A사 한 곳만 단독 응찰했는데 국가계약법상 단독 응찰시에는 1회 유찰시키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올해 4월 A사가 낸 제안서를 토대로 평가해 사업진행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A사는 제안서에 레이더의 최소탐지거리 등 필수 정보를 누락했고 이로 인해 당국은 '기준 미충족’을 이유로 A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방사청은 올해 7월 다시한번 입찰공고를 냈으나 이번에도 기준을 미충족시켰던 A사만 단독응찰해 유찰된 상태다. 황 분석관은 “해당 업체(A사)가 한 차례 제안서 평가 결과 기준 미충족 판정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2022년 상반기 계약체결이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방사청에 대해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역량 있는 업체들의 응찰을 유도하여 업체 선정 지연으로 인한 사업 차질을 방지할 것을 권고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장거리레이더가 상당히 노후화된 상태이고, 북한이 저고도로 비행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 기술을 초음속 수준으로 향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신형 레이더의 확충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입찰이 유찰되거나 단독응찰인 경우는 사업규모가 작아 수익성이 나지 않은 경우일 수 있다”며 “ 이런 경우 사업자는 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마지못해 응찰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칫 부실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사업내용의 재구조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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