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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정치판 아웃사이더는 어떻게 ‘엄마 총리’가 됐나

■메르켈 리더십: 합의에 이르는 힘

케이티 마튼 지음, 모비딕북스 펴냄





평생의 롤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 자신입니다. 되도록 자주 나 자신을 롤 모델로 삼습니다.” 그래서 늘 겸손했고, 품위를 지키려 했다. 선동 정치가 판치는 시대에 그는 말을 아꼈고, 신중했다. 그렇게 16년. 새로운 권력과 인기에 밀려 그 끝이 쓸쓸하기 마련인 대다수 정치 지도자들과 달리 퇴임하는 순간까지 75%의 국민 지지를 받은 이가 있다. 여전히 독일 국민들이 사랑과 존경을 담아 ‘무티(Mutti·엄마)’라 부르는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다. 그는 지난 26일(현지 시간) 새 연방하원이 출범하면서 공식 임기를 마무리했지만, 새 연립정부가 꾸려지고 신임 총리가 취임하는 12월 초까지 총리직을 대행하고 있다.

메르켈은 동독 출신의 ‘여성’, 그리고 과학자라는 이력 탓에 정치판에서 철저한 ‘아웃사이더’였다. 이 ‘변방의 인물’이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정치적 성공과 신뢰를 쌓아 올린 주인공이 된 비결은 무엇일까. 신간 ‘메르켈 리더십: 합의에 이르는 힘’은 메르켈 리더십이 어떻게 탄생해 성장했는지 분석한 책이다. 헝가리 출신의 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4년 간 총리 집무실에서 메르켈을 관찰했고, 그의 가장 가까운 친구와 보좌관들을 인터뷰해 책을 완성했다.



저자는 메르켈 리더십의 핵심이 소통과 합의에 있다고 말한다. 메르켈은 과학자 출신 답게 정치권의 낡은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대다수가 남성인 독일 정치판과 외교의 각축장에서 그는 끊임없이 소통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을 때로는 어르고 달래며 세계가 존중해야 할 규칙과 가치를 지켜내는 데 앞장섰다. 정치적 갈등에 자존심을 앞세우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을 경청하는 태도와 합리적 합의를 이끌어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신념은 곧 메르켈 리더십의 상징이 됐다. 저자는 ‘자존심을 외부에 따로 독립시켜둔 탈인격화한 정치 덕에 메르켈은 라이벌들의 공격도 담담히 방어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책에는 메르켈이 16년 간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만난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트럼프, 푸틴 등 세계 지도자들과의 외교부터 이들과 형성한 라포(rapport·신뢰관계),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언젠가 ‘역사책에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메르켈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는 노력했다(She tried).” 2021년까지 메르켈이 행동으로 써내려 온 기록들은 그 노력을 충분히 방증한다. 2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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