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23·SK네트웍스)은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이 익숙하다. 160㎝가 될까 말까 한 키로 270야드 장타를 너끈히 날린다.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샷 1위(251야드)도 이승연이다.
29일 제주 서귀포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계속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 원) 2라운드.
이승연이 12번 홀(파4)에서 친 드라이버 샷은 269야드가 찍혔다. 페어웨이가 부드러워 런(떨어진 뒤 굴러간 거리)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도 270야드에 육박하는 장타를 뿜었다. 멀리 치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 92.8%(13/14)로 정확도까지 잡았으니 좋은 성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까다로운 4~6m 퍼트까지 쏙쏙 넣고 보니 첫날 공동 10위였던 순위가 하루 만에 단독 선두로 바뀌어 있었다.
이승연은 이날 버디만 7개를 잡아 이틀 합계 9언더파 135타로 2위와 2타 차인 1위를 달렸다. 신인이던 2019시즌 초반에 거둔 우승이 마지막 우승인 그는 2년 6개월 만의 2승 희망을 키웠다. 단독 2위는 첫날 1타 차 단독 선두였던 허다빈(23)이다. 보기만 2개를 하다 막판 4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집중해 7언더파로 올라갔다.
4번 홀까지 3타를 줄이며 치고 나간 이승연은 중반에 2타를 더 줄여 단독 선두로 나선 뒤 17번(파3), 18번 홀(파4)에서 연속으로 버디 퍼트를 떨어뜨렸다. 가장 어려운 홀 중 하나인 18번 홀에서 티샷을 267야드나 보낸 뒤 11m 버디 퍼트를 넣어버렸다. 중반까지 5명이 공동 선두를 이루는 혼전이 이어졌는데 이후 이승연이 어지러운 1위 경쟁을 혼자 정리했다.
지난해 상금 87위로 뚝 떨어지고 올해도 42위에 그치고 있는 이승연은 “남은 대회는 생각지 않고 이번 대회에 목숨을 걸겠다는 각오로 남은 이틀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불태웠다. SK네트웍스와 후원 계약이 올해로 만료되기 때문에 후원사 주최 대회 우승으로 재계약에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우승 발판에 올라섰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2위 허다빈 외에도 통산 5승의 이소영(24)과 2승의 박지영(25), 2008년 신인왕 출신 최혜용(31)이 6언더파 공동 3위에서 역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소영은 “그동안 핀크스에만 오면 (2년 연속 컷 탈락하는 등) 이상하게 성적이 안 나왔는데 올해는 꼭 악연을 끊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1·2라운드에 6,686야드였던 코스 길이는 3·4라운드 때 6,707야드로 21야드 길어지며 언제 거세게 변할지 모를 바람도 변수다.
5언더파 공동 6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4승의 김효주(26)와 시즌 2승의 이소미(22)도 있다. 몸이 풀린 듯 버디 6개로 4타를 줄인 김효주는 “선두와 타수 차가 그리 크지는 않아서 해볼 만하다”며 “순간적으로 돌풍이 부는 홀이 많기 때문에 주의하면서 재밌게 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금과 대상(MVP) 포인트 2위인 임희정(21)은 3언더파 공동 16위이고 상금왕과 다승왕(6승)을 이미 확정한 박민지(23)는 가까스로 컷 통과에 성공했다. 이날 이븐파를 친 박민지는 합계 3오버파로 3라운드 진출 기준인 3오버파(공동 60위)에 턱걸이했다. 디펜딩 챔피언 장하나(29)는 2오버파 공동 51위이고 2018년 우승자 박결(25)은 박현경(21)·이정민(29)과 함께 1오버파 공동 4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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