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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용]님아 그 옷을 버리지 마오…바꿔입으면 되니까

빠띠카누X다시입다연구소 '21% 파티' 참가 후기

매년 생산되는 옷 1,500억벌 중 73%는 소각·매립





인왕산 산책로의 '초소책방'. 책과 커피와 멋진 인왕산+서촌 뷰로 유명한 핫플레이스예요. 지난 주말 이 곳에서 에디터는 옷을 건져왔어요. 옷을 바꿔 입고 나눠 입는 '21% 파티'가 이 곳에서 열렸거든요.

▶21% 파티란

'다시입다연구소'에서 만든, 중고 옷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의(衣)생활을 실천하기 위한 이벤트. 2020년 다시입다연구소가 세워질 때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들이 사 놓고 안 입는 옷의 비율이 21%나 된다는 결과가 나왔대요. 그런 옷들을 꺼내와서 교환하고 수명을 늘려주는 행사가 바로 '21% 파티'예요.

21% 파티는 다시입다연구소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 누구나 주최할 수 있어요. 무슨무슨 회사나 단체가 아니어도, 개인도 파티를 열 수 있도록 설명서와 포스터·교환 티켓·옷 태그까지 전부 담은 21% 파티 툴킷(홈페이지 참고)도 마구 퍼주고 계세요(?). 2021년 8월까지 11번 열렸고 665명이 참여해서 1,147개의 아이템을 교환해갔다고 해요.


내겐 남는 옷, 누군가에겐 탐나는 옷


21% 파티의 규칙은 간단해요. 안 입는 옷을 가져오고(5벌까지), 가져온 옷 개수만큼 교환권을 받고, 옷마다 사연을 간단히 적어서 옷걸이에 걸고, 내가 원하는 옷을 가져가면 끝. 옷을 챙겨오지 않았다면 소정의 기부금을 내고 옷을 데려갈 수 있어요.

에디터는 우아한 가을 가디건, 긴 데님 셔츠, 캐주얼한 붉은 가디건 세 벌을 가져갔어요. 모두 한두번 입고 모셔둔 옷들. 우아한 가디건은 저의 라이프스타일과 왠지 어울리지 않아서, 데님 셔츠는 어떻게 코디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붉은 가디건은 다른 가디건들에게 밀려서 저의 21%에 끼어 있었어요. 우아한 가디건은 제가 내놓자마자 "완전 새 옷이고 예쁘다"며 한 분이 챙겨가셨어요. 순식간이라 어리둥절했죠.

에디터의 붉은 가디건을 살펴보고 있는 21%파티 참가자.


15분 후에는 붉은 가디건도 새 주인을 찾았어요. 인왕산 하산길에 우연히 21% 파티를 구경하러 오신 분이었어요. 제 붉은 가디건을 걸치고 지인 분들과 이리저리 품평을 하시길래(사진) 저도 그만 끼어들어서 붉은 가디건의 사연(?)을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주인이 누군지 알게 돼서 더 좋으시다면서 기부금을 내고 옷을 데려가셨어요. 제가 안 입는 옷이 새 주인을 찾은 것뿐인데 어마어마하게 뿌듯했어요.

이날 21% 파티는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궁금하신 분은 홈페이지 클릭)'의 관계자 분들이 뜻을 모아 열었어요. 이번 21% 파티의 컨셉은 '엄마랑 딸'. 21% 파티에 함께 참가하는 모녀들을 위한 즉석사진촬영, 제로웨이스트 키트 등의 특전이 준비돼 있었구요. 에디터가 한 시간 정도 머물면서 봤더니 과연 사이 좋게 노는 옷들을 챙겨 와서 '새 중고옷'으로 바꿔 가시는 모녀들이 심심찮게 보이더라고요.

애틋한 추억은 덤


모두에게 엄마 미소를 안겨준 최연소 참가자. 포즈를 취하는 모습에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가 넘쳤어요.


파티장에는 마침 다시입다연구소 관계자분들도 와 계셨어요. 정주연 대표님은 "의류 산업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곳이 별로 없어서" 연구소를 세우게 되셨다고. 그동안 알맹상점, 환경연합, 모레상점 등등과의 정말 뜨거운 21% 파티가 이어졌는데, 다음 파티는 11월 27일 서울 압구정 가로수길 올버즈 매장에서 열릴 계획(놓치기 싫으시다면! 다시입다연구소 인스타 팔로우하기)이라고 알려주셨어요. 올버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하고 직접 광고 모델까지 맡은 친환경 신발 브랜드예요.

커피 원두 자루를 업사이클링해 방향제를 만들 수 있는, '재봉틀 워크숍'도 진행됐어요.


700여명 규모의 외국계 IT 기업에서도 직원들을 위한 뜻깊은 이벤트로 사내 21% 파티를 준비 중이라고. 누구든 열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21% 파티가 전국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열리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날 3시간 동안 반짝 열린 21% 파티에는 121명이 158벌의 옷으로 참가했고, 이 중 100벌이 새 주인을 만났어요.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숫자예요. 이런 조그만 노력이 모여서 낭비로 가득한 의류 산업을 바꿀 수 있을 거거든요.

옷걸이마다 걸린 전 주인의 이야기가 참 정겨워요. 에디터가 고른 옷엔 "남편과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산 옷. 여행 많이 다니는 주인을 만나 좋은 곳에 많이 다니길..."이란 사연이 적혀 있었어요.


전 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옷은 1,500억벌. 20년 전보다 400%나 늘어난 양이에요. 그런데 이 중에서 73%나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소각·매립된대요. 덕분에 의류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심한 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로 지목되고요.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중 의류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0%. 옷 한 벌을 입는 횟수는 평균 7번 밖에 안 된다니...덜 사고 바꿔 입고 오래 입는 문화가 정말 시급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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