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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車마저 침체…과도한 中의존·탈탄소에 얼어붙는 '유럽의 엔진'

■중국發 공급난에 제조강국 독일 휘청

마그네슘 부족에 완성차 셧다운 위기

최대 소비시장 中은 경쟁자로 부상

전기차 등 경쟁력 높아져 큰 위협

막대한 청정에너지 전환비용도 부담

IMF, 올 성장률 전망 3.1%로 하향

독일 뒤스부르크의 항구에 지난해 6월 줄지어 주차된 수출용 신차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독일은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 강국이지만 전기차 전환에 한발 늦은 데다 공급망 위기까지 겹쳐 경제 전망이 악화한 상태다. /AP연합뉴스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사실상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중국이 전력난과 탄소 배출 감축을 이유로 마그네슘 생산을 줄여 파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마그네슘은 가벼운 차량을 만드는 데 핵심인 알류미늄의 원재료다. 자칫 중국으로부터 공급이 줄면 자동차 산업이 ‘셧다운’될 수도 있다. 칩 부족에 따른 잦은 셧다운으로 경영난이 심했던 완성차 업체로서는 그로기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독일 비철금속무역협회(WVM)는 “독일과 유럽 전체 마그네슘 재고가 오는 11월 말 모두 소진될 예정”이라며 정부의 조치를 촉구했다.

독일 완성차 업계의 상황은 유럽의 성장 엔진으로 대변되던 제조 강국 독일 경제의 불안한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간 대외 수출을 앞세워 유럽 경제를 주도해왔지만 무역에서 과도한 중국 의존, 공급망 붕괴,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 등 악재가 겹치며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지나친 중국 의존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전력난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와 중국 정부의 원자재 무기화, 미중 패권 전쟁에 유럽연합(EU)·중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까지 겹치며 독일 생산은 급감 추세다. EU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 독일의 산업 생산은 지난 2015년 수준보다 약 9% 낮았고 유로존 전체와 비교해서는 2% 증가에 그쳤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2023년에는 독일 경제가 영국·프랑스 등에 뒤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이 과거 독일의 최대 소비 시장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전기차·항공우주 등 첨단 제조업 품목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서면서 제조 강국 독일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경제연구소(GEI)에 따르면 중국의 EU 수출 품목 중 정밀 산업재의 비중은 2000년 50.7%였으나 2019년에는 68.2%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독일의 EU 역내 수출에서 정밀 산업재 비중은 감소세이며 EU 회원국의 독일 수입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수출 상품의 부가가치 비중이 크게 증가해 독일 수출 상품의 부가가치 비중을 추월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자동차 분야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슈밋 오토모티브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유럽에서 판매된 중국산 전기자동차는 2만 3,800대로 전년 대비 1,290% 증가했다. 이에 비해 독일의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전환에 뒤지면서 자동차 생산량이 2017년 이후 50% 이상 줄었다. 실제 독일의 세계 자동차 생산 점유율은 최근 5년간 2%포인트 떨어졌다.



독일도 원자재 공급선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간 중국에 깊이 발을 담근 탓에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다양한 제품에 활용되는 희토류만 해도 중국 이외의 다른 대체 공급선을 알아보고 있지만 성과가 더디다. WSJ는 “독일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공급망 다변화’를 공식 언급하며 자국 기업에 ‘탈(脫)중국’을 촉구하고 있지만 소득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공격적인 탈탄소 정책은 독일 경제를 주름지게 하고 있다. 영국·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이 원자력발전에 집중하는 반면 독일은 청정에너지 전환에만 매몰되면서 전기료 급등 등의 부작용을 감수하는 실정이다. 공기 여과 시스템 제조 업체인 만휴멜의 최고경영자(CEO) 커크 월크스는 “공급망 붕괴와 무역 분쟁에 더해 전기 모터 등 청정 기술이 가스나 디젤엔진을 대체할 경우 공기 정화 시스템은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영 개발은행인 독일재건은행(KfW)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에는 매년 독일 연간 경제 생산량의 5.2%에 해당하는 5조 유로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1990년 이후 20년 동안 서독과 동독을 통일하는 데 들인 약 2조 달러보다 많은 액수다. 독일 금융 서비스 그룹 알리안츠 SE의 올리버 베테 CEO는 “독일의 전체 사업 모델이 위태롭다”며 “에너지 전환을 잘못하면 경제 핵심이 어려움에 빠지고 경제 위기가 불가피해진다”고 경고했다. 특히 올 9월 총선에서 창당 이래 최대 의석을 확보한 녹색당이 연립 정부를 통해 탈탄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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