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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 찾아 머리숙인 尹 “국민 통합 정신 배우겠다”

전남 목포에서 경남 김해까지 통합 행보

尹 “DJ 노벨상 기념관, 꼭 오고 싶었다”

盧 묘역 참배 후엔 “정치 보복 않겠다”

권양숙 여사 만남 불발 등 삐걱거림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전남 목포시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를 방문, 김 전 대통령 흉상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연합뉴스




목포에서 봉하까지 277km.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1일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을 연이어 찾고 “국민 통합 정신을 배우겠다”고 강조했다. 당 경선 과정에서 보수층 지지를 확고하게 다졌으니 이제는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지지자와 반대파가 몰려들어 아수라장이 펼쳐지거나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의 만남이 불발되는 등 통합 행보가 삐걱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尹 “DJ 노벨상 기념관, 꼭 오고 싶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전 전남 목포시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 김 전 대통령의 1대1 크기 사진과 악수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전남 목포시의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했다. 윤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의 실물 크기 입간판 앞에서 악수하는 포즈를 취하고, 김 전 대통령 흉상 앞에서 10초간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는 등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윤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이 “화해와 용서의 지도자였다”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윤 후보는 ‘우리가 남을 용서한다는 것은 내가 선하고 의롭기 때문이 아니다. 용서는 따지고 보면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를 위한 것이다’라는 김 전 대통령의 옥중 수양록 발췌문을 유심히 들여다 봤다. 윤 후보는 방명록에도 통합형 지도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그는 ‘국민 통합으로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초석을 놓으신 지혜를 배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정신이라 하면 가장 먼저 내세울 게 국민 통합”이라며 “저를 반대하고 비판하는 분들도 다 존중한다. 차기 정부를 맡더라도 저를 반대하는 분들에 대해 다 포용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지역 갈등 해결책에 대해선 “대한민국 전 지역의 균형 발전을 통해 경제 성장과 번영에서 소외되는 곳이 없어야 한다”며 “지역 간 균형 발전과 통합도 중요하지만 세대간의 문제에도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모든 주장과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盧 묘역 참배 후 “정치 보복 같은 건 하지 않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위해 헌화대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후보는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관람을 마치고 곧바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으로 향했다. 노 전 대통령 묘비 앞에 선 윤 후보는 올해가 노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를 맞이하는 해라는 설명을 들으며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묘역 방명록에는 “다정한 서민의 대통령 보고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윤 후보는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노 전 대통령께선 국민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으신 분”이라며 “특히 청년세대의 사랑을 많이 받은 분이다. 소탈하고 서민적이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기득권과 반칙, 특권과 많이 싸웠다”며 “국민 통합이란 게 용서도 있지만, 부당한 기득권을 타파함으로써 통합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두 분(김대중·노무현)께 이런 정신을 잘 배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문재인 정권 인사들에 대한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보복이라는 것은 정치가 아니고 공작이기 때문에 그런 건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과거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과잉 수사한 게 아니냐는 지적엔 “저는 더 이상 검찰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갈 길 먼 통합 행보…권양숙 여사 만남도 불발


11일 오전 전남 목포시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 앞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자들과 윤 후보의 목포 방문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대치하고 있다./목포=김남균 기자


이날 영호남을 숨 가쁘게 가로지른 일정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의 중도층 확장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전날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에 이어 이날도 윤 후보의 방문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지지하는 사람들이 한 데 엉켜 소란이 일었다. 목포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민주헌정질서 파괴자 윤석열 목포방문 반대한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윤 후보는 석고대죄하라”고 비난했다. 인근에 주차된 차량 확성기에서는 윤 후보의 ‘개 사과’ 논란을 겨냥한 듯 개 짖는 소리가 큰 소리로 흘러나왔다. 반면 윤 후보 지지자들은 휴대용 확성기와 북을 이용해 맞불을 놨다. 한 지지자는 “목포 시민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주먹을 흔들어 댔다.

노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의 만남도 불발됐다. 김병민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권 여사에게) 만남 요청을 드렸는데, 권 여사의 일정상 시간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권 여사가 윤 후보의 방문을 불편해 해 일부러 피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 여사는 지난달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봉하 마을을 찾았을 때는 이 후보와 40분 간 면담하며 “노 전 대통령을 가장 많이 닮은 후보”라고 덕담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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