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중화권(중국·홍콩) 증시 거래액이 한 달 만에 세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유럽과 일본 증시 거래액을 약 1년 3개월 만에 모두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보관액 역시 약 5개월 만에 30억 달러선을 돌파했다. 딥시크발(發) 증시 반등에 국내 투자자들이 중화권 증시로 빠르게 복귀하는 모습으로, 투자 전문가들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본토 내수주와 기술주로 분산 투자하라는 투트랙 전략을 제안했다.
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중화권 증시 월거래액은 지난달 7억 8200만 달러(약 1조 1400억 원)로 집계됐다. 1월 2억 7983만 달러(약 4074억 원)의 2.8배 수준으로 2022년 8월(9억 3511만 달러) 이후 가장 큰 액수다. 지난달 월거래액은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의 유럽 증시(5억 8592만 달러)와 일본 증시(4억 5593만 달러) 거래액을 모두 뛰어넘은 규모다. 중화권 증시 월거래액이 유럽 증시와 일본 증시 거래액을 모두 추월한 건 2023년 11월 이후 약 15개월 만이다.
중화권 증시 보관액도 지난달 말 기준 30억 4302만 달러(약 4조 4300억 원)로 1월 말 대비 15.4% 늘었다. 증시 보관액은 지난해 10월 말 30억 5788만 달러를 찍고 지난달까지 감소 추세였다. 중국 본토 증시 보관액이 8억 5468만 달러(약 1조 2400억 원)로 약 5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전월 대비 9.17%)했으며, 홍콩 증시 보관액은 21억 8834만 달러(약 3조 1800억 원)로 역시 5개월 만에 20억 달러 선을 넘겼다.
국내 투자자들이 중화권 증시로 돌아오고 있는 건 경기 침체 우려, 부동산 버블 붕괴 등으로 약 4년 동안 약세를 지속하던 주식 시장이 1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신규 추론 모델(R1) 공개를 전후로 강하게 반등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홍콩에 상장된 30개 대형 기술주 가격을 반영하는 항셍테크지수는 연초 약 27% 올랐다. 미중 간 기술 패권 다툼이 심화할수록 자국의 로봇·반도체·자율주행·AI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양회에서 발표될 중국의 재정 부양 및 금융 시장 안정화 조치를 기대한 매수세까지 유입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이 올 들어 중화권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다. 지난달 말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비야디 순매수액은 6713만 달러(약 977억 원)였다. 최근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샤오미가 5197만 달러(약 756억 원)로 뒤를 이었으며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유비테크(1100만 달러)도 순매수 5위에 올랐다.
비야디가 지난달 자율주행 시스템을 발표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비야디 매수세는 앞으로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철군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비야디가 4일 56억 달러(약 8조 15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으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이미 내수 시장 경쟁 우위가 확고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도 강화될 전망이라 주가 조정은 매수 기회”라고 분석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AI 기술에 기반한 종목들의 중장기적 랠리를 전망하면서도 본토 내수주 투자로 변동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내수 안정화 정책 등에 기반한 본토주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술혁신 관련 기업투자를 확대하고 정부 지원책에 힘입은 항셍테크지수 추가 강세를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주원·박현정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양회 이후 조정 흐름을 단기적인 투자기회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상반기까지는 중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양호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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