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전날 인플레이션 우려로 1.6% 넘게 하락했던 나스닥이 0.52% 오르면서 반등했지만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은 보합세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44% 하락했습니다.
아직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한데요. 어제 전해드린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의 말처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윈회(FOMC)에서 물가와 관련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당분간 증시에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을 가능성도 큽니다.
현재 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의 방향에 대해 이것저것 살피는 중인데요. 인플레이션 얘기가 지겹긴 하지만 시장을 관통하는 이슈인 만큼 추가적인 진행 상황을 간단히 짚어보겠습니다. 인플레가 정치적으로 왜 중요한지도 알아보겠습니다.
10월 CPI가 피크?…“10년 물 금리 결국 3% 간다” 분석도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는 “시장에서는 더 광범위한 물가상승세를 보여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준이 즉각적으로 더 빠른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고 본다”며 “이는 잠재적으로 더 빠른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게 된다”고 밝혔는데요.
CNBC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내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6월이 62%, 7월이 73%라고 합니다. 이르면 6월, 더 확률이 높기로는 7월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죠. 6월의 경우 연준이 테이퍼링을 끝내자마자 금리를 올리는 꼴이 됩니다. 에버코어 ISI의 크리스 구하는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것은 허들이 꽤 높다”면서도 “만약 경제전망이 확고하게 변하게 된다면 연준은 속도를 조절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는데요.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1월과 12월의 감축규모만 제시하면서 경제상황에 따라 테이퍼링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고 했었습니다. CNBC는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게 다수의 의견은 아니며 여전히 고용문제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연준이 서두르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내려올 것이라는 확률의 창은 좁아지면서 닫히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도 “백악관은 인플레를 낮출 계획을 밝혔지만 핵심은 언제 그렇게 되느냐”라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습니다.
좀 더 공격적인 분석을 들어보죠. 찰스 보르린스코이 애리얼 인베스트먼트 부회장은 “현재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말이 안 된다. 10년 만기가 1.57% 수준인데 CPI는 6%가 넘는다”며 “앞으로 4년 동안 6%의 인플레는 아니지만 3%대 후반의 물가상승률을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월가에서는 내년 물가가 연준이 바라는 2~2.5% 수준이 아닌 3%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꽤 많습니다. 2023년에는 연준의 장기 목표치인 평균 2%에 접근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구요. 보르린스코이 부회장의 4년 간 3%대 후반 전망은 과도한 편이지만 최소 내년만큼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그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물가가 총 15% 상승할 것”이라며 “10년 물은 현재 1.5%대에서 최소 3%로 갈 것이다. 앞으로는 채권과 기술주·성장주를 피해라”라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현장에서는 10월 CPI가 피크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CNBC의 간판 앵커 짐 크레이머도 “10월의 6.2%라는 수치가 피크일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피크가 맞는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피크 뒤에 절벽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완만한 능선이 자리하고 있어 한동안 고물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걱정이죠. 피크를 지났다고 해서 4~5%, 혹은 3% 물가가 용인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결국 이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겠지요.
인플레가 트럼프 불러온다…“파월 연임 확정 땐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 상승세를 꺾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는 것 말씀드렸는데요. 시장을 보면서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일부 월가 전문가들의 경우 인플레의 정치적 함의와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간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플레는 단순히 숫자놀음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데요. 현재 “물가상승 우려가 과장됐다”거나 “내년에 내려갈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정치권의 시각으로 보면 한가한 얘기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100% 정확하다는 확신이 있으면 모르겠는데 이미 그럴 수 있는 시기는 지났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인플레 상승 수준을 주별로 보여준 그래픽이 있습니다. 이를 보시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굳건한 뉴욕과 뉴저지 같은 동부와 캘리포니아를 위시한 서부 지역의 물가상승률이 낮은데요. 남부와 중서부 같은 공화당 지지주를 비롯해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애리조나나 조지아주 등이 상대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습니다.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만 집토끼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공화당 지지주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반발심을 더 키우게 됩니다. 또 예부터 공화당 색채가 강했지만 지난 대선서 바이든에게 기울었던 주들은 생각을 다시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다는 아닙니다만 경제문제는 선거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한국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았지만 지난 5일 나온 에머슨 칼리지의 여론조사를 보면 2024년 대선 가상 양자대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오차범위 내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오는데요. 등록유권자의 45%는 트럼프를 지지했고 바이든은 43%를 받았습니다. 11%는 다른 사람을 원한다고 했고 1%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는데요. 해당조사는 3일부터 4일까지 실시됐고 오차범위는 플러스마이너스 3%포인트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언론에 나올 때마다 물가 문제를 지적하고 있고 휘발유값이 자기가 있을 때의 2배가 됐다고 한탄합니다.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직접적인 책임은 아닙니다만 사람들에게 호소하기는 좋습니다. 한때 갤런 당 2달러를 밑돌았던 휘발유는 지금 3달러 중후반까지 가고 있는데요. 인플레와 경제실정은 트럼프와 공화당이 비집고 들어오기 좋은 부분입니다.
여러 번 말씀드립니다만 인플레이션에 관한 한 이제 월가 전문가들의 얘기와 함께 정치권의 반응을 잘 살펴야 하는 때가 됐습니다. 이미 사회복지 인프라 예산안은 인플레를 더 부추긴다는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데요. 미국 언론들도 바이든의 경제 아젠다에 인플레가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WSJ는 “바이든의 경제 아젠다는 인플레와 공급난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도 했죠. 쉽게 말해 인플레 문제를 해결 못하면 경제 아젠다도, 선거도, 정권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CNBC는 파월 의장이 코로나19 때 잘 대처했고 그래서 연임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연임이 정해지면 (인플레와의 싸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월가 전문가들의 말이 중요하지만 그들이 정무적 부분까지 모두 감안하는 것은 아니며, 내년에 어느 정도 완화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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