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성 간암에서 표적항암제의 체내 전달율을 높일 수 있는 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치료가 어려운 진행성 간암 환자에서 항암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브란스병원은 소화기내과 김도영, 박준용 교수와 의과대학 의과학과 조경주 연구원(박사과정)이 진행성 간암에서 신호전달 단백질 YAP/TAZ의 발현을 조절하면 항암약물 전달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간암은 국내 암 사망률 2위에 해당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다른 암종에 비해 치료제 개발이 더딘 데다, 진행성 간암의 경우 치료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고 내성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존율이 매우 낮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전체 간암 환자의 약 80%가 간경변 등을 동반하지만 기저 질환의 영향으로 항암약물의 치료 효과가 낮아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은 유전자 조합을 통해 간암에서 나타나는 병리학적 특성을 모방한 마우스 모델을 YAP/TAZ의 발현량에 따라 2가지 형태로 제작해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신호전달 단백질 YAP/TAZ의 발현이 낮은 마우스 모델에서 암 세포 기질의 활성도가 낮고 약물 투과성이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YAP/TAZ의 발현이 낮고 기질의 활성이 낮은 모델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약물 투여 효과가 암 주변 조직과 비슷했지만, YAP/TAZ의 발현이 높은 모델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암 조직 내 약물 투과 효과가 암 주변 조직에 비해 약 4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종양미세환경을 모방한 3D 다세포 간암 오가노이드 모델을 이용해서도 YAP/TAZ의 발현량에 따른 약물 투과도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YAP/TAZ 발현이 낮은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암 조직 중심부로의 약물 투과도가 YAP/TAZ 발현이 높은 모델보다 약 8배 높았다. YAP/TAZ 발현 정도를 조절해 항암치료제의 투과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간학회지 ‘헤파톨로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도영 교수는 “간세포암종에서 YAP/TAZ 발현양 조절이 암세포 기질의 활성화 정도를 조절하고 약물 투과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간암에서 표적치료제 전달을 향상시키기 위한 임상연구를 계속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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