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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겨울 빛 스며드는 길 따라…민초와 순교의 땅을 걷다

■볼거리 많은 경기도 안성

경건·고요함 가득한 '미리내성지'

국내 최초 신부 김대건 묘역 눈길

관광 클러스터인 안성맞춤랜드는

남사당공연장·천문과학관 등 조성

가축체험 가능 '팜랜드'도 가볼만

미리내성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김대건과 미사 집전 때 복사를 하던 소년 이민식 빈첸시오의 이야기가 깃든 곳이다. /사진 제공=안성시청




여행 기자에게 힘겨운 계절이 도래했다. 단풍이 지고 눈이 오기 전까지 잿빛이 지배하는 세상에는 카메라 렌즈를 들이댈 풍경이 눈에 띄지 않는다.

궁리 끝에 안성으로 향했다. 처음 발길이 머문 곳은 미리내성지다. 미리내성지는 천주교에서 조성한 종교 관련 유적지로 은하수처럼 수많은 사연이 깃든 곳이다.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의 묘역이 조성된 것은 1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건 신부가 미사를 집전할 때 복사 역할을 하던 17세 소년 이민식 빈첸시오는 신부의 처형 소식을 듣고 새남터로 찾아갔다. 이민식은 새남터에서 효수돼 한강 백사장에 묻힌 김대건 신부의 머리를 보퉁이에 싸고 여덟 토막 난 시신을 이불에 말아 지게에 졌다. 그리고 나흘에 걸쳐 낮에는 시신을 수풀 속에 숨기고, 밤길을 걸어 지금의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까지 걸어와 김 신부의 시신을 매장했다. 훗날 이민식이 아흔이 넘은 노인이 됐을 때 천주교는 김대건 신부가 매장된 자리를 찾아 나섰고, 노인 이민식은 까마득한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결국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찾아냈고 이곳에 그의 묘소가 조성됐다. 이후 우리나라에 성당이 세워질 때마다 김대건 신부의 유골은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 성당 아래 먼저 묻히고 있다.

안성에는 미리내성지 외에도 둘러볼 곳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먼저 가봐야 할 곳은 안성맞춤랜드다. 안성맞춤랜드는 안성시의 볼거리와 콘텐츠를 모아 놓은 일종의 관광 클러스터로 단지 내에는 △안성남사당공연장 △안성맞춤천문과학관 △캠핑장 △사계절썰매장 △안성맞춤 공예문화센터 △박두진문학관 등이 있다.

조선 말엽 바우덕이가 이끈 안성 남사당패는 요즘으로 치면 대중문화의 기수쯤 되는 공연예술 집단이었다. 사진은 풍물놀이 모습.


이 중 가장 볼만한 곳은 남사당공연장이다. 안성 남사당패는 일명 ‘바우덕이’라고 불리는데 조선 말기 이 패거리의 리더 격인 바우덕이라는 이름의 열여섯 소녀 꼭두쇠에서 유래했다. 바우덕이가 이끄는 안성 남사당패가 전국구급 스타가 된 것은 흥선대원군의 숙원인 경복궁 중건과 맞물리면서부터였다. 경복궁 부역에 지친 백성들을 위로할 취흥거리가 필요하던 차에 안성 남사당패가 샛별처럼 나타난 것이다.

민중을 대상으로 이렇다 할 여흥이 없던 조선 말엽, 바우덕이가 이끄는 안성 남사당패는 요즘으로 치면 대중문화의 기수쯤 되는 공연예술 집단이었다. 흥선대원군은 이 같은 공로를 치하해 안성 남사당패에 정3품 벼슬을 내렸고, 바우덕이 남사당패의 깃발에는 옥관자를 걸고 다니게 됐다. 이후 다른 남사당패들이 안성 남사당패를 만나면 만장기를 숙여 예의를 표시하는 계기가 됐다.



공연은 매주 토·일 오후 2시에 시작해 1시간 40분 동안 이어지는데 △풍물놀이 △버나(접시 돌리기) △살판(재주넘기) △어름(줄타기) △덧뵈기(탈춤) △덜미(인형극) 중 4~5가지로 구성된다. 공연은 시종일관 박진감 있게 진행되는데 한류 바람이 태풍으로 변해가고 있는 지금 ‘아예 서울에서 정기 공연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다.

남사당공연장 인근에는 안성을 문향으로 자리매김한 박두진문학관이 있다. 안성에서 1916년 태어난 박두진은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에 ‘묘지송’을 발표한 이후 조지훈·박목월과 함께 ‘청록집’을 간행하고 청록파를 결성했다.


남사당공연장 인근에는 안성을 문향으로 자리매김한 박두진문학관이 있다. 안성에서 1916년 태어난 박두진은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에 ‘묘지송’을 발표한 후 조지훈·박목월과 함께 ‘청록집’을 간행하고 청록파를 결성했다. 문학관 안에는 1998년, 83세를 일기로 타계할 때까지 그의 자취를 정리해놓았다. 문학작품 외에도 힘이 넘치는 그의 서예 작품이 눈길을 끈다.

안성팜랜드는 가축체험장과 승마센터가 있어 말을 타볼 수 있고 미니 바이킹, 기차, 전동자전거 등 놀이기구도 있어 어린이들에게 인기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은 농협에서 운영하는 안성팜랜드가 적당하다. 가축체험장과 승마센터가 있어 말을 타볼 수 있고 미니 바이킹, 기차, 전동자전거 등 놀이기구가 있어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다. /글·사진(안성)=우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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