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32년 농장 집단화 계획을 밀어붙였다.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농촌 지역의 반발이 거셌다. 수확량이 기대에 못 미치자 완장을 찬 당원들이 부농의 농장들을 습격하고 곡물을 약탈했다. 이에 농민들은 가축을 내놓느니 차라리 도살하기에 이른다. 일할 소가 부족해지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면적도 급격히 줄었다. 생산한 농산물은 빼앗기고 사람들의 이동은 제한됐다. 독립 움직임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포석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굶주려 죽은 시신들이 길가에 나뒹굴었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1932~1933년 우크라이나에서 굶주려 죽은 사람들이 700만~1,000만 명에 이르렀다. 우크라이나어로 ‘기아로 인한 치사’라는 뜻을 가진 ‘홀로도모르(Holodomor)’의 비극이다.
이 끔찍한 비밀은 공산 체제 시절 은폐되었다가 소련 붕괴 직후인 1991년에 공개됐다. 영화 ‘미스터 존스’는 1933년 현지를 찾아 처참한 현장을 국제사회에 고발한 뒤 살해된 영국 기자 개러스 존스의 얘기를 다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 수도 키예프에서 시민들과 함께 ‘홀로도모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가졌다. 하루 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 전복을 위한 쿠데타를 기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해 합병한 데 이어 최근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대에 병력을 속속 증원시키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움직임이다.
미국 언론은 러시아가 북쪽은 동맹인 벨라루스, 남쪽은 크림반도로 10만 명의 병력을 투입해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시나리오를 짰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옛 소련 영토인 이곳을 점령해 ‘제국 부활’의 상징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20세기 이후 러시아·폴란드·독일 등으로부터 수차례 침략을 당했다. 국력이 약하면 언제든 주변 강국의 침입을 받고 희생될 수 있다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보여준다. 나라를 제대로 지키려면 싸울 능력과 의지를 지녀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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