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일대로 꼬인 실타래가 결국 풀리는 것일까.
3일 국민의힘의 대선을 움직이는 주축들은 여러 발언들을 쏟아냈다. 제주에서 울산(이준석 대표), 서울에서 울산(윤석열 대선후보·김기현 원내대표) 등으로 이동했다. 갈등을 풀겠다는 의지, 아니 풀지 않으면 “대선에서 진다”는 위기감이 ‘화해’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나흘째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비공개 지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가 이날 오후 울산을 방문하자, 김 원내 대표가 울산을 찾았다. 뒤이어 윤 후보도 전격적인 담판을 위해 울산으로 향했다.
선대위는 이날 별도 입장문에서 "윤 후보가 오후 2시 40분경 당사 후보실을 출발했다"며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님을 뵙고 여러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거듭 말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와 회동 여부에 대해 "글쎄 뭐 움직여 봐야 할 것 같다"며 "가서 만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김 원내대표의 중재 하에 윤 후보와 이 대표 등 극적 3자 회동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당내에서는 양측 모두에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20명은 입장문을 내고 "지금 우리 모습은 어떤가. 이러다가 정권교체가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경고음이 벌써 터져 나오고 있다"며 "윤 후보가 이 대표가 직접 만나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정권교체 대의를 모색하고 오해와 혼란을 하루빨리 종식해줄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당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도 긴급 회동을 한 뒤 성명을 내고 이 대표와 윤 후보를 향해 "넓은 한마음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철옹성과 같은 '국민의 원팀'을 이끌어 달라"며 "벌써 항간에는 국민의힘을 향해 '정권 다 잡은 줄 안다'는 비아냥이 돌기도 한다. 갈등의 덫에서 벗어나 서로 소통하고 더 간절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과 민생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에 윤 후보와 경합 했던 홍준표 의원도 거들었다. 홍 의원은 전날 윤 후보와의 만찬에서 "우선 이준석 대표가 있는 제주도로 가서 이 대표와의 갈등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이 대표와의 꼬인 실타래를 먼저 푼 뒤 홍 의원과도 추후 공식적인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변수도 있다. 앙금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허심탄회한 대회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묘한 신경전은 여전하다. 예컨대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이 의제를 사전에 조율해야만 만날 수 있다고 했다”면서 "거기에 대해 굉장한 당혹감을 느낀다. 검열을 거치려는 의도라면 절대 만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의제 사전 조율'을 언급하며 이 대표 측에 연락을 취한 것은 권성동 사무총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윤 후보는 당사를 나서는 길에 '이 대표가 의제를 조율하면 안 만난다고 했다'는 취재진 질문에는 "의제 조율을 안 하면 만나고요?"라고 반문하며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또 윤 후보와 이 대표의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갈등 해소에 이르기 쉽지 않을 거란 시각도 있다. 갈등의 원인을 바라보는 양측의 인식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사무총장과 사무부총장 인선,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공동선대위원장 영입 등을 대표 사례로 들며 '결론을 정한 뒤 통보를 했다'며 윤 후보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익명 인터뷰를 통해 자신에게 날선 비판을 쏟아낸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자신을 향해 '홍보비 해 먹으려 한다'고 언급한 인사에 대해서도 인사조치를 요구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이 대표에게 '패싱'은 커녕 '파격 대우'를 해 줬다며 억울해하는 입장이다. 최근 논란이 된 소위 '문고리 3인방'이나 '윤핵관'은 실체가 없으며 '이 대표가 홍보비 해 먹으려 한다'는 얘기는 아예 듣지 못했다고 참모들에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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