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으로 바닥을 쳤던 매출이 겨우 회복하는가 싶었는데 손님이 뚝 끊겼어요. 그나마 올해 연말 대목을 기대했는데 이마저도 허탕을 칠까 걱정입니다.”
7일 오후 부산 북구 화명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 모(55) 사장은 테이블 26개 중 손님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2개를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존 코로나19 델타 변이보다 2배 이상 감염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이 인천에 이어 서울과 충북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그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상황이 더 나빠지면 고강도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다시 시행하는 게 아니냐는 주변 업소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연말 모임 예약을 취소하는 문의도 늘고 있어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대게 식당을 운영하는 최 모(52) 씨는 “그나마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송년회 단체 예약이 늘었는데 지금은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변이가 충청까지 내려왔다는데 지방으로 확산하면 대부분의 예약이 취소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국내 첫 오미크론 양성 판정을 받은 목사 부부가 거주하는 인천 등 수도권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인하대 후문에서 호프집을 운영 중인 이 모(47) 씨는 “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 다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자마자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상황이 반전됐다”며 “학비를 스스로 충당하고 있는 어린 학생이라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서 8년 째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 모(62) 씨는 “지난 2년 동안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란 기대로 버텨왔는데 이제 더는 버티기 힘들 것 같다”며 “대학들도 다 겨울방학에 들어갈 예정이라 아예 가게 문을 닫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직원을 줄이고 대출을 통해 생활을 유지해온 대부분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확산하는데다가 연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000명을 넘나들면서 아예 생업을 포기하는 업소도 늘고 있다.
이날 찾은 울산 성남동 상점골목은 서너 집 건너 하나꼴로 ‘임대’를 알리는 공고가 붙어 있었다. 울산의 중심 상가여서 젊은이들이 가득했던 이곳은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권리금이 4,000만 원 안팎에 달했지만 이제는 ‘권리금 없음’이란 문구가 출입문에 적혀 있었다. 중구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김 모(49 )씨는 “예전에 몇 곳은 권리금이 1억 원을 넘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 옛날 이야기가 됐다”며 “현재 폐점을 고민하는 곳도 훨씬 많아 성남동의 옛 명성은 다 끝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방역대책을 둘러싼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남 창원시에서 한우식당을 운영 중인 박 모(59) 씨는 “이번 방역조치가 4주 간 시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내년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 중인 김 모(49) 씨는 “방역패스를 식당과 카페로 확대했는데 일일이 손님한테서 접종 증명을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려로 지자체들이 연일 고강도 방역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수도권 최초로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한 충북도는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24시간 내 심층 역학조사를 실시 중이다. 백신 접종과 관계없이 접촉일로부터 14일 간 자가격리를 하도록 방침을 정했고 코로나19 진단검사 횟수도 기존 2회에서 3회로 늘렸다.
앞서 부산 기장군도 읍·면 회의실은 물론 경로당과 주민공동시설 등 관내 모든 공공시설 등에 대해 운영 중단 및 폐쇄에 들어갔다. 경기도는 지난 3일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 관광인의 날’을 하루 전날인 2일 전격 취소했다. 관광업계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지만 도민의 안전 확보가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경기 수원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오 모(55) 씨는 “정부가 너무 섣부르게 위드 코로나를 시행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연말 특수도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이대로라면 얼마 못가서 가게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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