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해 “포퓰리즘과 가짜뉴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회의는 중국 견제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방국 정상들을 소집한 자리였지만 문 대통령이 중국과 관련했거나 중국을 연상시키는 발언은 내놓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9일 밤 10시11분부터 11시23분까지(한국시간) 바이든 대통령 주최로 개최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해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우리의 기여 의지를 천명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 주재로 12개국이 참여한 본회의 첫 번째 세션 발언자로 참석해 “우리나라가 아시아 지역에서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함께 이뤄낸 성공적인 경험을 토대로 민주주의 증진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기여해 나갈 것”이라며 “인류가 민주주의와 함께 역사상 경험한 적이 없는 번영을 이루었지만 포퓰리즘과 극단주의, 불평등과 양극화, 가짜뉴스, 혐오와 증오 등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이어 “민주주의를 지켜낼 방안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며 “개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확고히 보장하되 모두를 위한 자유와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하고 가짜뉴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킬 자정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부정부패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라며 청탁방지법, 이해충돌방지법,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돈세탁 방지법 등 한국의 반부패 정책 성과를 국제사회와 공유했다. 개발도상국과 한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을 나누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한국이 반세기 만에 전쟁의 폐허를 딛고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체제를 극복하면서 가장 역동적인 민주주의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고 기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아시아 지역의 민주주의 선도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우리의 민주주의 경험과 성과, 정책을 공유함으로써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에 기여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영국·호주·일본·인도 등 미국과 우방 관계에 있는 110개국 정상들이 참여했다. 표면적인 회의 주제는 권위주의 차단, 부패 척결, 인권 고취 등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국·러시아 견제라는 목적이 더 뚜렷하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회의에는 중국이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만과 러시아에 침공 위협을 받는 우크라니아도 초청됐다.
다만 문 대통령은 중국 관련 언급은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말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 자체가 중국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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