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하루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석유 등 원자재와 주요 제품 가격 상승세가 완화되고 있다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달 CPI 상승률이 39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물가 지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바닥을 기고 있는 지지율의 결정적 이유인 만큼 물가 상승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10일 발표되는 CPI는 앞으로 몇 주, 몇 개월 동안 예상되는 물가 하락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 CPI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휘발유 가격은 미 전역에서 최근 9% 떨어졌고 중고차·밀·돼지고기를 포함한 일부 상품 가격도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긴 성명을 발표했다고 분석했다. 역으로 보면 물가 상승세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은 11월 CPI가 전년 같은 달 대비 6.8% 올라 1982년 6월 이후 최고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7%가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10월 CPI가 발표된 직후 “물가 상승 추세를 뒤집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손 놓고 있을 경우 인플레이션 악재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지지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당분간 인플레이션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지속을 예상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진행 속도를 높여 내년 3월까지 종료하는 계획을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11월 CPI 지표는 연준 입장에서는 긴축에 속도를 높이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씨티그룹의 베로니카 클라크 이코노미스트는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연준이 더 빠른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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