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가 안 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도입한 한국이 톡톡히 대가를 치르고 있다. 역대 최다 사망자를 기록할 정도의 상황으로, 사망자가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주변국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준비 부족 상태에서 광범위한 일상 회복을 추진했기 때문에 이 같은 비극이 초래됐다며 하루라도 빨리 방역 고삐를 조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현재 적용 중인 특별 방역 대책보다 강화된 ‘특단의 대책’을 뒤늦게 검토 중으로 오는 17일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14일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 등에 따르면 일일 사망자 수가 100명에 육박하는 한국과 달리 홍콩은 지난 9월 13일 이후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만의 경우 9월 이후 하루 사망자 수가 1명에 그치거나 없는 등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도쿄 올림픽 당시 하루 227명이 사망했던 일본도 10월 말부터는 사망자 수가 한 자릿수대로 내려왔다. 그런데도 주변국의 백신 접종률은 한국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 나라별 백신 접종 완료율(2차 접종, 12일 기준)을 보면 일본 79%, 대만 77%, 홍콩 64%다. 이날 기준 한국은 81.3%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상 회복 속도의 차이라고 분석한다. 대만과 홍콩은 아직 일상 회복을 시작하지 않았다. 대만의 경우 다수의 지방정부가 음식물 섭취를 포함해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행위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5월 일부 방역을 완화했지만 확진자가 300명 이상 급증하자 재빨리 방역을 강화했다. 홍콩은 중국의 ‘제로(0) 코로나’ 정책에 발맞춰 외국인 입국자를 21일간 격리하는 등 엄격한 방역 규제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 11월부터 일상 회복을 시작했지만 지난주에야 5인 이상 모임 제한을 풀었고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오후 9시까지만 영업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일상 회복 제반 준비가 부족했음에도 거리 두기부터 대폭 완화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이미 10월 중순부터 위중증 환자가 증가세였음에도 추가 접종이나 의료 체계 등 아무런 준비 없이 광범위한 일상 회복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상 회복은 점진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면서 “지금이라도 강력한 거리 두기를 시행하지 않으면 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해외 유입 관리 조치를 3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내년 1월 6일까지 모든 해외 입국자는 국적이나 백신 예방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10일간 격리를 하고 입국 전후로 총 3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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