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한다. 특히 애플이 어바인에서 무선 반도체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내자 인근에 자리한 브로드컴 등에서 뛰어난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이 지역에 사무소를 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이미 모뎀 칩, 무선 칩 등을 자체적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어바인에 새로운 사무실을 열고 모뎀 칩을 비롯한 다른 무선 반도체 분야의 경력을 갖춘 엔지니어들을 모집 중이라고 보도했다. 어바인은 LA 남부에 위치한 도시로, 무선 칩 제조사인 브로드컴·스카이웍스 등의 본사가 자리한 곳이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본사로부터 7시간가량 떨어진 어바인에 사무실을 열자 해당 지역에 있는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공고에 따르면 채용된 엔지니어들은 무선 라디오, 무선 주파수 집적회로, 무선 시스템온칩(SoC),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를 연결하기 위한 반도체 등을 개발하게 된다. 이런 칩들은 애플이 브로드컴·스카이웍스·퀄컴 등으로부터 조달해왔다.
애플이 엔지니어를 흡수한 뒤 자체 조달에 나서는 전략을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플은 지난 2018년 퀄컴의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 남부 샌디에이고에 사무실을 열고 인력 채용에 나섰다. 2년 뒤인 지난해 애플은 퀄컴의 셀룰러 모뎀 칩 대신 자체 모뎀 칩 개발을 선언한 바 있다.
애플의 독자 행보가 예고되면서 애플에 무선 칩을 공급하고 있는 스카이웍스의 주가는 이날 11% 하락했다. 브로드컴과 퀄컴 주가도 각각 4%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초 애플은 브로드컴과 오는 2023년까지 150억 달러 규모의 무선 부품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다. 애플은 브로드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주요 고객사다. 스카이웍스는 전체 매출의 60%가 애플에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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