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의 오너 2·3세 경영이 본격화하며 세대교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등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오너십 체제를 강화해 새로운 경영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진제약(005500)은 최근 최지현(47) 전무와 조규석(50) 전무를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두 신임 부사장은 각각 삼진제약 공동 창업주인 최승주·조의환 회장의 장녀와 장남이다. 지난 2015년 이사 승진을 시작으로 2017년 상무, 2019년 전무로 나란히 승진 절차를 밟아왔다. 삼진제약은 이번 인사에서 최 회장의 차녀 최지선(44) 상무와 조 회장의 차남 조규형(46) 상무도 각각 전무로 승진시켰다. 해열진통제 ‘게보린’으로 잘 알려진 삼진제약은 올해 초부터 전문경영인 출신으로만 구성된 대표이사 2인 체제에 돌입했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후계 구도를 본격화 했다. 조 회장은 지난 4월 장·차남에게 총 50만주를, 최 회장은 그에 앞서 작년 5월 딸들에게 총 54만주를 증여한 바 있다.
일동제약(249420)은 지난 달 30일 윤웅섭(54)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윤 부회장은 고(故) 윤용구 일동제약 창업주의 손자이자 윤원영 일동홀딩스 회장의 장남이다. 지주회사인 일동홀딩스 사내이사와 핵심 계열사인 일동제약 대표이사를 겸임하던 중 이번 인사로 그룹 내 유일한 부회장에 올랐다. 윤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일동제약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단독 대표로 올라선 뒤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회사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유유제약(000220)은 지난 5월 유승필·유원상 2인 대표에서 유원상(47)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하며 경영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유 대표는 회사 창업주인 고(故) 유특한 회장의 손자이자 유승필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메릴린치, 노바티스를 거쳐 지난 2008년 유유제약에 상무로 입사한 뒤 2014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 2015년 계열사인 유유헬스케어 대표를 거쳐 2020년 유유제약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중앙연구소를 통합 개소하고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하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쓰고 있다.
보령제약(003850)그룹은 지난 2019년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손자인 김정균(36) 보령홀딩스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후 글로벌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보령홀딩스는 지난 2017년 1월 보령의 투자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된 법인이다. 비상장사지만 보령제약 지분 37.1%를 보유하고 전 계열사를 지배하면서 사실상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보령홀딩스는 김 대표 선임 직후인 작년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투자회사 '하얀헬스네트워크'를 설립했다. 3년간 2,000만 달러(약 240억 원)를 투자할 예정으로 지난해 3T바이오사이언스와 블랙스톤라이프사이언스, 케모맙 등 미국 바이오기업에 투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 관계사 바이젠셀을 코스닥에 상장시킨 데 이어 내년 4분기 핵심 관계사인 보령바이오파마의 상장을 준비 중이다.
최근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합병하며 구조개편을 본격화한 셀트리온그룹도 경영승계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3월 서정진 명예회장의 퇴임을 계기로 장남인 서진석(37) 셀트리온 수석부사장과 차남인 서준석(34) 이사가 각각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 자리에 올랐다. 서 수석부사장은 이번 합병 과정에서 통합법인인 셀트리온홀딩스의 사내이사직을 이어받으면서 그룹 내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 다만 남아있는 합병 절차와 향후 경영권 승계,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등은 과제로 지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를 맞아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세대교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일찌감치 경영권을 넘기고 기민하게 미래 변화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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