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약을 집으로 가져가 원격으로 처방받을 수 있다면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정용안(사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핵의학과(왓슨앤컴퍼니 임상연구센터 자문) 교수는 20일 “나이가 많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도 전자약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전자약은 뇌와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로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다. 먹는 약과 비교해 부작용이 적고 치료 방법도 간단하다. 메드트로닉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은 신기술인 경두개직류전기자극법(TDCS) 기반 전자약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전자약은 전기신호로 배외측 전두엽을 자극해 뇌의 이상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우울증,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의 질병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전자약의 효능은 전 세계적으로 6,000편이 넘는 논문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정 교수는 “미국 내 가장 큰 저널에도 우울증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항우울제와 TDCS를 투여했더니 동등한 효과가 나왔다”면서 “항우울제에 전기약을 병용투여하면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밝혀져 그 쪽으로 지속적인 연구가 이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전자약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리메드는 TDCS 보다 이전 기술인 자기장(TMS) 기반 전자약을 이미 환자들에게 투여하고 있다. 와이브레인은 지난해 9월 재택 기반 우울증 단독 치료 적응증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왓슨앤컴퍼니는 전기 자극을 줄인 소비자용 제품 포커스(POCUS)를 판매하고 있다.
와이브레인은 알츠하이머를 적응증으로 하는 TDCS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정 교수는 “경도 인지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증상을 호전시키고 중증 진행을 지연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인관계를 향상시키고 우울감을 떨어트려 일상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전자약 TDCS가 아직 의료수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자약들은 점점 작고 가벼워지고 있는데도 병원에서만 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수가를 인정받으면 더 많은 병원이 전자약을 채용해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원격 의료를 통해 의사가 집에 있는 환자에 블루투스 등을 통해 처방을 내릴 수 있다면 전자약은 누구든지 집에 가지고 있는 필수품처럼도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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