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해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렸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김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달라”고 읍소했다. 허위 이력 논란이 윤 후보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지속되자 전격 사과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렵고 송구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대표가 공개 석상에 나온 것은 윤 후보가 대선에 출마한 뒤 처음이다. 그는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며 이력서 기재 잘못을 인정했다. 김 대표는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돌이켜 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잘못에 책임을 지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며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또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 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진다”며 “부디 노여움을 거둬달라”고 말했다. 자신의 허위 이력 논란으로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자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이번 사과에는 본인이 등판해 잘못을 정확히 밝히고 진솔하게 사과해야 논란을 매듭지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연합뉴스와 만나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사과드린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해명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윤 후보가 거듭 고개를 숙였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이 허위 의혹을 계속 제기하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배포한 설명 자료에서 김 대표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최지현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부대변인이 김 대표와 함께 작성한 이 자료에는 김 대표가 부정확·잘못 기재한 사항 7가지, 경력·기간 부풀리기 사항 3가지 등이 적시됐다. 이 중 부정확·잘못 기재 사항으로 명시된 것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석사(EMBA) 과정을 일반대학원으로 오인하도록 표기 △2004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우수상·대한민국애니매이션대상 특별상에 ‘단체 수상’ 명시 안함 △2003년 ‘portrait’ 삼성미술관 이력은 삼성플라자 갤러리를 삼성미술관으로 서술 등이다. 경력·기간 부풀리기 사례로는 △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가 ‘무보수 비상근직’임에도 그럴듯한 경력으로 기재 △에이치컬쳐와 대안공간루프에 대해 재직 기간이 부정확하게 부풀림 등이 명시됐다.
다만 국민의힘은 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 위조 등 불법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또 부풀리기 등의 경우도 법적으로 허위가 될 사항은 아니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최 수석부대변인은 “(실제와) 약간 다르다고 해서 허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 대표의 사과에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오늘을 넘기면 애매했는데 오늘 딱 했다”며 “중도층의 한 5~6%만이라도 안쓰럽다고 생각하면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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