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대표 기획사인 하이브(352820)와 에스엠(041510)(SM)이 각각 연말연시에 각자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낸 합동공연을 열었다. SM은 메타버스 기반의 독자적 세계관 ‘광야’(KWANGYA)를 기반으로 한 전면 온라인 공연에서 AR(증강현실)·XR(확장현실) 등 첨단 기술과 스토리텔링을 부각하며 2022년을 열어젖혔다. 이에 앞서 2021년의 문을 닫은 하이브는 한국 대중문화의 근원으로 꼽히는 ‘문화 대통령’ 서태지 헌정 무대를 통해 K팝의 ‘근본’을 탐색하는 시간을 선보였다.
SM이 지난 1일 오후 온라인으로 무료 콘서트 ‘SM타운 2022 : SMCU 익스프레스@광야’를 시작하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기차를 타고 가상의 공간인 ‘광야’로 떠나는 기관사 복장으로 시청자들을 맞이했다. 이 총괄 프로듀서는 광야를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무한한 콘텐츠 유니버스가 펼쳐지는 공간”이라고 소개하며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런 세계를 '메타버설 오리진 스토리'(METAVERSAL ORIGIN STORY)라 명명해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괄 프로듀서의 말처럼 콘서트는 약 4시간 남짓 올해 본격 선보일 세계관인 SM컬처유니버스(SMCU)의 주무대인 광야라는 가상의 공간과 현실 공간을 오가는 세계의 스토리를 화려한 실감 콘텐츠 기술에 실어 소개하는 장이었다. 대부분 사전 녹화한 무대에 AR 등을 입혀 완성도를 높였으며, 무대 사이에 세계관 기반의 스토리텔링을 넣은 영상을 붙이며 연결성을 강화하기도 했다. CG를 통해 아티스트들이 광야로 진입하는 장면이나 기차가 가상공간을 이동하는 장면을 구현하며 SF 분위기도 냈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보아, 소녀시대 태연·효연, 레드벨벳 슬기·웬디, 에스파 카리나·윈터가 뭉친 새로운 프로젝트 ‘갓 더 비트’(GOT the beat)가 신곡 ‘스텝 백’(Step Back)의 발매에 앞서 첫 선을 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강한 힙합 비트와 걸크러시 분위기의 강한 가사에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 외에도 강타, 보아, 동방신기, NCT, 레드벨벳, 에스파 등 아이돌 세대를 넘나드는 소속 가수들의 다채로운 무대가 이어졌다.
2일 SM에 따르면 이 공연은 전 세계 161개 지역에서 약 5,100만 건의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열린 같은 공연의 스트리밍(3,583만 회)의 약 1.4배에 달한다. SM 측은 “한국 온라인 콘서트 가운데 최다 시청을 기록했던 작년 공연 수치를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가 12월 31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연 합동 콘서트 ‘2022 Weverse Con [New Era]’는 서태지를 향한 후배 가수들의 헌정 무대가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공연 중간 헌정 무대의 순서가 시작되자 화면 위로 서태지의 데뷔일인 ‘1992.03.23’ 자막과 함께 그의 영상이 등장했고, 역대 히트곡 뮤직비디오의 하이라이트가 지나갔다.
이어 하이브 소속 가수들은 각자의 색깔로 서태지의 히트곡을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였다. 이들은 “30년 전 그가 새긴 첫 발자국은 우리와 같은 후배들의 길이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는 힘이 되었다”고 서태지에 감사를 표했다. 엔하이픈이 ‘하여가’를 부른 걸 시작으로 프로미스나인은 ‘소격동’을,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컴백홈’을 불렀다. 서태지가 공연마다 함께 하는 밴드 멤버들은 라이브 세션을 보탰고, 마지막엔 출연 가수들이 모두 나와 ‘마지막 축제’를 열창했다.
이날 공연에는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프로미스나인, 이현, 범주, 다운 등이 출연했으며, 팝스타 저스틴 비버도 영상을 통해 출연했다. 장기 휴가중인 방탄소년단(BTS)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공연장에 모인 약 3,000명의 관객들 앞에서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그간 팬들과 만날 수 없었던 아쉬움을 털려는 듯 열정적 무대를 선보였다. 대면 공연으로만 가능한 관객과의 교감이라는 본질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콘서트의 마지막 순서였던 그룹 세븐틴은 히트곡 ‘박수’의 '손에 불 날 때까지 박수 짝짝짝짝 / 이때다 싶으면 쳐 박수 짝짝짝짝'이라는 가사를 언급하며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곡”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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