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강원도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철책을 넘어 월북한 신원미상자가 탈북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2년여전 3m 높이의 철책을 뛰어넘어 우리측으로 귀순한 탈북민이 다시 철책을 넘어 월북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고도로 훈련된 북한의 남파간첩 월북사건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일 군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1일 오후 동부전선의 육군 보병 제 22사단 경계작전지역 내 DMZ육로를 거쳐 남북군사경계선(MDL)를 넘어간 월북자의 신원이 탈북민 A일 수 있다고 추정하고 관련 사실을 확인 하고 있다.
이번 월북자는 지난 1일 오후 6시 40분무렵 22사단이 관할하는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었으며 오후 9시20분께 동부전선 DMZ내에서 우리 군의 열상감시장비(TOD)에 포착된 뒤 오후 10시40분무렵 MDL을 넘어 월북했다. 그가 월북 경로를 해안·해상 코스가 DMZ 육로로 선택한 배경을 놓고 고도로 침투훈련 등을 받은 인물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육로로 월북하려면 우선 검문 등이 있는 민간인통제지역을 지난 뒤 DMZ 일대의 초병 및 각종 감시장비들을 눈을 피하고 곳곳에 매설된 지뢰 등을 밟지 않으면서 은밀히 이동해야 해 난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한 강원도 동부전선 지역의 험난한 산악지형과 최대 3m에 이르는 철책 등을 돌파해야 해 군사훈련과 침투연습 등을 하지 않은 민간인은 사실상 도전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당국은 지난 2000년 11월 22사단의 GOP 철책을 뛰어넘어 귀순한 이른바 ‘점프 귀순’의 주인공인 탈북자 A씨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귀순 당시 우리측 정보당국 조사과정에서 자신이 기계체조를 했었다는 경력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당시 A씨는 50여kg의 비교적 가벼운 몸무게였기 때문에 기계체조 경력을 살려 철책을 넘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탈북자가 귀순한 뒤 다시 월북했다면 우리측 대북 경계태세와 북한공작조 등의 대남 침투루트 등을 체크하기 위해 귀순자로 기획해 남파한 간첩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9.19군사합의’를 한 이후 우리측 GP(전방전초) 11곳을 철수하고 일부 시범 전초는 보존하더라도 병력을 철수시켜 비워두기로 함에 따라 우리 군의 전방감시·경계에 빈틈이 생겼는지 여부가 이번 월북과정에서 북측에 고스란히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군 당국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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