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고도화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문재인 정부와 군의 과소평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5일 북한이 자강도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음속의 6배(마하6)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극초음속’ 기술에 도달 못했다는 황당한 해명에 나선 것이다. 일반적으로 마하5 이상의 속도 영역은 극초음속으로 분류하는 게 전세계적인 상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 5일 발사된 북한 미사일에 대해 “(속도는) 마하 6 수준, 고도는 50km 이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극초음속 비행체 기술은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완성을 주장한 북한의 발표 내용을 사실상 부인했다. 그는 “북한이 (5일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이튿날 조선중앙통신의) 1월 6일 보도를 통해 주장하고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관련 사거리, 측면 기동 등의 성능은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북한이 주장한 700㎞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초도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의 해당 미사일 기술은 우리나라가 개발한 탄도미사일인 ‘현무-2’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에서 마하 3안팎의 속도를 낸 지 넉달만에 또 다른 신형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를 통해 초음속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지난해 9월 28일에 시험 발사한 북한 주장 미사일 대비 4개월 만에 추가적인 기술적 진전은 아니며, 2021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최초 공개된 다른 종류의 미사일 중의 하나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남북한 미사일 능력 비교시, 우리 군은 관련 핵심 기술을 포함하여 정밀유도 기술 및 고위력 탄두 등 질적인 측면에서 우세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현재 한·미 연합자산으로 탐지 및 요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향후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태세를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의 이 같은 해명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따른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우리 군의 미사일 기술 우위를 알려 북한의 대남·대미 선전전에 맞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방부 스스로 북한의 이번 미사일 속도를 마하6이라고 평가해 놓고서도 극초음속 비행체 기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았다. 또한 북한이 지난해 9월부터 약 넉달 만에 무려 두 차례나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데 비해 우리 정부와 군은 아직 시험발사는 커녕 해당 미사일 개발사업을 공식화하기 위한 소요제기조차 하지 않고 있어 기술적 우위를 자신하는 주장의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군이 이 같은 행태를 계속할 경우 대선을 앞두고 만전의 대응태세를 갖추고 정치중립성을 지키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정책 성과 홍보에 스스로 뛰어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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