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부가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이 동성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 대해 판단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7일 소성욱 씨 등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민법과 판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을 모두 모아보더라도 혼인이란 여전히 남녀의 결합을 근본 요소로 한다”며 “구체적인 입법이 없는 상황에서 혼인의 의미를 동성 간 결합으로까지 확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건강보험료를 부과한 처분은 건보공단의 재량에 달린 문제가 아닌 만큼 행정의 재량 준칙으로서 평등의 원칙과 무관하다”며 “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 씨는 동성인 김용민 씨와 지난 2019년 결혼식을 올린 뒤 이듬해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보공단으로부터 등록을 반려 당하고 보험료 부과 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 배우자도 통상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이 인정되는데 동성혼이라는 이유로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는 취지다.
김 씨는 이날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기쁠 때와 슬플 때 모두 함께해 온 결혼 10년 차 커플로 재판 과정에서 결혼식 사진, 청첩장 등을 제출했지만 결국 관계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재판부가 성소수자 부부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나라들의 사례를 언급했는데 한국 사회가 변화해야 하는 방향을 언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ina@sedaily.com
